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지난주(2/15~2/22) 주식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승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상승 원인이었다. 중국의 수출지표가 개선되면서 화장품 등 기존 대중관련주식들이 10% 넘게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가 2200선을 넘은 후 주춤하던 기세가 주중에는 많이 약해졌다. 시장의 깊이가 낮다 보니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에 나서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 사이에 차이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조치를 끝내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94억원과 1513억원의 주식을 순매수 한 반면 개인은 6507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1억원, 1088억원 순매수, 기관은 115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 중에서 중국 시장 움직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상해종합지수가 1.5% 상승했다. MSCI 중국 지수에 샤오미 등 기술주가 신규로 포함되면서 기술주의 수익률이 특히 좋았다. 중국의 1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9.1% 증가해 중국 경제가 오랜 침체를 뚫고 조만간 반등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주가 상승에 한몫을 했다.

달러 약세로 인한 국제 자금 이동이 외국인 매수의 동력

시장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서 외국인 매매형태가 변하고 있다. 1월 한달 동안 3조 이상의 주식을 사들인 것과 달리 매수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매매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시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코스피가 24.37포인트 오른 2,225.85로 장을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
외국인 매수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원화 동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원화가 강세가 될 걸로 예상될 경우 외국인은 주가와 별개로 환율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한다. 반대로 원화가 약세가 되면 환차손을 입기 때문에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 환율과 주가가 뚜렷한 연관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속성도 이런 의사결정의 복잡성 때문에 나온 얘기다.

최근에 원화 흐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연준의 금리 정책이다. 미국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사용하면서 달러가 약해져 국제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월 한달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난 것도 이 부분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가 문제다. 연준이 완화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좋고 금리 역시 높은 걸 감안할 때 달러가 약세인 것보다 강세인 게 이치에 맞기 때문인데 이 경우 원화의 약세가 불가피하다.

미국 소매 판대 대폭 축소. 아직 경기 둔화를 확신하긴 힘들어

주목할 만한 경제 변수는 미국의 소매판매이다. 전월에 비해 1.4%가 줄어 예상치에 크게 미달했다. 해당 수치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축과 음식서비스를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역시 1.7%가 줄어 2001년 9.11테러 이후 17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이제 마무리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비 수치가 나쁘기는 하지만 아직 미국의 경기 둔화를 확신할 정도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소매판매 쇼크가 나타났던 사례와 경기 둔화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 둔화는 경기침체와 큰 관련이 없거나, 경기침체 후반부에 많이 나타나 경기침체의 신호보다는 이를 설명해 주는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고위급 협상이 열렸고 추가 협상은 워싱턴에서 있을 것으로 예고돼 있다. 몇 번의 협상을 통해 양국간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완전 타결까지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우려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영국의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 연장 가능성을 배제했다. 리스본 조약 50조가 이미 발동된 만큼 브렉시트를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 브렉시트 발효까지 한 달의 여유밖에 없게 된다.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U와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럽 전체의 경기 부진까지 나타나고 있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생각보다 여파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코스닥에 관심을

1월에 종합주가지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가순이익배율(PER)이 장기 평균인 9.8배를 넘어 10.2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금은 경기 둔화로 이익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져 있는 상태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반등한 기세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이 필요한데 여전히 미흡하다. 펀더멘털의 개선이 없을 경우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기 힘들 걸로 전망된다.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몇 달 전까지 만 해도 미국 경제가 더없이 좋다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방향을 전환할 수도 없다. 주식시장이 금리보다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도 금융 정책의 효용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주식시장은 일정한 폭 내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수 상승의 기반이 됐던 대형주 중심의 흐름이 끝나고 개별 종목에 의한 흐름이 강화될 것이다. 그동안 상승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에 주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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