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코스피가 28일 북미 정상회담의 불안한 전개에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9.35포인트(1.76%) 내린 2,195.4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00선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 15일(2,196.09)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지수 하락 폭과 하락률은 작년 10월 23일(-55.61포인트·-2.57%) 이후 최대다.

지수는 3.21포인트(0.14%) 내린 2,231.58로 출발해 2,220선 전후에서 등락하다가 장 막판에 북미 정상회담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재승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북미 정상회담 오찬이 취소되고 서명식도 불투명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남북 경협주와 건설주 등 관련 주식이 급락하고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622억원, 25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3169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는 삼성전자[005930](-3.53%), SK하이닉스[000660](-5.02%), LG화학[051910](-0.38%), 현대차[005380](-1.94%), POSCO [005490](-1.13%), 한국전력[015760](-0.29%), 삼성물산[028260](-0.86%) 등이 내렸다. 셀트리온[068270](0.99%),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08%), NAVER[035420](2.70%) 등은 올랐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6.53%), 종이·목재(-4.82%), 의료정밀(-4.74%), 기계(-4.57%), 건설(-4.19%) 등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고 의약품(0.65%)만 강세였다. 오른 종목은 115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748개에 달했다. 33개 종목은 보합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는 매수 우위, 비차익거래는 매도 우위로 전체적으로는 415억원의 순매도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약 4억8천만주, 거래대금은 8조원이었다. 코스닥지수는 20.91포인트(2.78%) 내린 731.25로 종료됐다.

지수는 1.13포인트(0.15%) 오른 753.29로 개장해 강보합권에서 움직이다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88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5억원, 676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에이치엘비[028300](-1.86%), 스튜디오드래곤[253450](-1.88%), 코오롱티슈진[950160](-2.89%), 펄어비스[263750](-2.91%) 등이 내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1.01%), CJ ENM[035760](1.02%), 신라젠[215600](1.09%), 바이로메드[084990](0.18%), 포스코켐텍[003670](2.38%), 메디톡스[086900](2.15%) 등은 올랐다.

대외 이벤트가 주가를 크게 움직이긴 힘들어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 진행과정과 관련해 아직 미국과 중국은 지적재산권 같은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 타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비슷하다. 완전 합의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아 주가 움직임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예상으로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간 무역협상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더라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얘기돼 온 재료여서 새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경제협력은 우리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테마다. 1987년 무역-건설-금융으로 구성된 소위 ‘트로이카’ 주식으로부터 시작했으니까 이미 33년전 일이다. 한 테마가 30년을 넘었다는 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겪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서해에서 교전이 났을 때나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외국인 매수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 부담

지금은 시장이 조그만 악재에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기업실적인데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년전에 비해 각각 2%와 20% 줄었다. 2014년 4분기이후 계속돼 온 이익 증가가 마무리된 것이다. 지난 4년간 기업 이익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가 두드러지게 좋아져 이익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전에는 2001년과 2010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가 2년만에 끝난 데에서 보듯 실적 증가가 단기에 그쳤었다. 그래서 2000년 31조로 출발한 영업이익이 200조가 되는 과정 역시 매년 꾸준한 증가보다 2004년, 2010년, 2017년 같이 이익이 한꺼번에 50% 넘게 늘어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제 장기 이익 증가가 끝났다. 그 동안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던 만큼 일정 기간 후유증이 예상된다.

외국인 수급 관련해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지수에서 중국 A주 편입 비중 확대가 이루어질 건지가 관심이다. 동 지수의 중국 A주 비중을 현재 5%에서 20%로 늘리는 원안이 확정될 경우 우리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의 사례에 비춰 볼 때 중국의 편입 확대가 중국 시장에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우리 시장에는 그만큼의 자금이 빠져 나갈 수 있어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뱅가드가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했을 때에도 우리 시장은 외국인의 매도로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었다. 현재까지 진행된 투자자의 반응을 봤을 때 중국 A주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두 달간의 주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상황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반등이 끝나고 주가가재차 하락할 경우 경기 둔화 우려 등 그동안 가려져 있던 하락 요인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거래소보다는 코스닥의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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