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해외 경기 둔화 우려로 거래소 시장 약세

지난주(3/8~3/14)에는 거래소와 코스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거래소는 0.5% 하락했다. 주중 사흘간 반등했지만 8일 기록한 28포인트 하락을 메우진 못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원인이었다. 주중 발표된 중국의 수출과 2월 미국 고용동향, 독일 제조업 지표 등이 예상에 못 미치거나 비교 시점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해외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당초 3월말로 예상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취소된 것도 시장에 부담이 됐다.

코스닥은 거래소와 달리 상승세를 유지했다. 11일 이후 나흘간 연속 상승할 정도로 강세였는데 오랜만에 바이오 주식까지 올라 매수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종목의 중심이 중소형주에 있음을 보여준 한 주였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310억의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기관은 6659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근래 들어 가장 큰 폭의 순매도였다. 그 영향으로 대형주가 하락했다. 종합주가지수가 2200까지 올라가는 동안 많은 대형주가 돌아가면서 상승했다. 이제는 가격이 낮은 종목을 찾기 힘든 상태가 됐는데 지난 연말 대형주가 가지고 있었던 최대의 강점이 사라졌고 그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10% 정도 줄어들 걸로 예상되고 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서는 그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래 저래 현재 대형주는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은 상황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경제 지표 둔화. 국내 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

한 주 동안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얘기된 게 경기 둔화이다. 우려의 중심에 선진국이 있다는 게 특히 부담이 됐다. 올해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가 1.1%까지 내려왔다. 불과 3개월전에 해당 수치가 1.7%였던 걸 감안하면 유럽 경제가 얼마나 빨리 위축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전망의 밑바닥에는 실물 경기 둔화가 자리잡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수주가 계속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기준점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소비와 생산 지표 모두가 부진해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걸로 전망된다. 미국은 고용지표가 문제가 됐다. 2월 제조업 고용 증가가 2만건에 그쳤다. 지난달 기록했던 31만건은 물론 전망치였던 15만건에도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지난 12월달에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만 해도 일시적일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비슷한 수치가 두 번 나옴에 따라 이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 경제의 향후 움직임을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 고용지표가 나쁘지만 임금상승률이 3.1%에서 3.4%로 오르는 등 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먼저 하락한 주택 관련 지표들이 최근 반등하는 등 혼재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경기 확장의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위상이 약해진 것까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수출이 문제였다. 2월 수출이 20% 감소해 미중간 무역분쟁의 영향이 본격화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위안화 신규 대출규모 역시 예상치를 밑돌아 경기를 부양하려는 중국정부의 노력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내경제는 그나마 괜찮았다. 1월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당지표가 돌아선 후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됐던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조만간 국내 경기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과거 종합주가지수와 OECD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둘의 등락이 약간의 시차가 있을 뿐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만약 선행지수 상승이 진짜 신호라면 앞으로 주가 조정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까지 하락으로 고점대비 100포인트가 내려왔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반면 선행지수 상승이 거짓 신호일 경우 주가 하락은 2000에 근접한 수준까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강세도 마지막 국면에 들어가

주식시장의 초점이 금리에서 경기로 넘어왔다. 해외 경기 둔화가 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이 정해진 금리 인상 계획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해 금리 동결보다 경기 둔화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해석은 미국에도 적용된다.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 데에서 더 나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당분간 종합주가지수는 2000을 향해 내려갈 걸로 보인다. 박스권이 완성된 이상 하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까지 하락이 금리 인상이 원인이었다면 이번은 경기 둔화가 원인이다. 주가가 경기 둔화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를 증명해줘야 한다.

지난주에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 3월초 주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상반된 움직임이 있었다. 어떤 날은 둘 사이에 상승률 격차가 3% 이상 벌어질 정도로 중소형주의 일방적 우위였다. 중소형주가 가지고 있는 강점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추가 상승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이 편안한 상태가 아님을 감안해 쉬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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