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심의의결국가부채 56%가 연금 충당 부채, 국채금리 하락에 급등


지난해 공공부문을 포함한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에 육박했다.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인 ‘연금충당부채’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682조원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연금 조성액이 부족해지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연령 인구↓…공무원 연금 부담은 눈덩이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8 회계연도 국가 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 정부 채무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한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6조9000억원 증가했다. 국가 자산은 2123조7000억원으로 61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41조원으로 65조7000억원 감소했다. ‘나랏빚’이 늘다 보니 이를 갚고 났을 때를 가정한 순수 국가 재산이 줄었다는 의미다.

연금충당부채가 전년 대비 94조1000억원(11.1%) 늘어난 939조9000억원에 달한 것이 국가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 퇴직자와 예비 퇴직자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이 아니고 지급 시기·금액이 확정된 부채는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급해야 할 돈이란 점에서 연금충당부채가 늘수록 미래 국민 부담도 늘어난다. 연금충당부채는 3년 연속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이 같은 증가의 원인으로 저금리에 따른 할인율 하락을 들고 있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해 부채의 현재가치가 고금리 때보다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적용한 할인율이 2017년 3.6%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약 3.3%였다”며 “할인율이 0.3%포인트 낮아지며 늘어난 금액이 60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무원 수 증가 등으로 인한 연금충당부채 급증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무원이나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 효과(30조7000억원), 공무원이나 군인 수 증가 등 실질적 요인에 인한 증가는 15%인 1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임용된 공무원의 경우 통상 채용 후 1년이 지나야 연금충당부채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해 수치에서 빠져 있다. 2018년 채용된 공무원이 연금충당부채에 반영될 경우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생산연령 인구는 3757만명(2017년 기준)에서 급속히 줄어들어 2051년엔 2414만9000명까지 줄어든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30~40년 후 부담해야 할 공무원 연금부담이 지금의 젊은 세대보다 훨씬 늘어난다는 의미다.

공무원 연금, 10년 뒤 4배

정부는 “연금충당부채 전액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랏빚은 아니며, 기여금으로 조성된 재원으로 대부분을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많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라는 점이다. 지난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으로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기여금 대비 수령액 비율)를 2.08배에서 1.48배로 낮췄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여서 나머지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줄 돈이 부족해 국가에서 메워주는 금액이 2015년 3조727억원, 2016년 2조3189억원, 2017년 2조2820억원 등 해마다 2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추계에서는 이 같은 국가 보전액이 2029년 8조원, 2045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 공무원 숫자가 크게 늘면서 장차 국민의 부담은 더 무거워지게 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기로 공약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만2700명, 2018년 2만9700명, 2019∼2022년 13만1600명 등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이 17만4000명 늘어날 경우 국가가 지출해야 하는 연금액은 총 92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무원 증원이 연금충당부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관해 이 관리관은 “회계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당장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수 호조였지만, 국민 1인당 1319만원 갚아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꼭 갚아야 할 돈만 집계한 국가채무는 지난해 680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조5000억원 늘었다. 국민 1인당 1319만원 꼴이다. 다만 국가채무 증가폭은 2008년(9조8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과 동일한 38.2%를 기록했다. 이 재정관리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국가채무가 9.3%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8.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감한 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수치)는 지난해 10조6000억원 적자였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7조9000억원 줄었다. 이는 세수 호황 덕분이다. 지난해 총 세입은 385조원으로 전년 대비 2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세출은 21조6000억원이 늘어난 36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제외한 결산상잉여금은 16조4000억원, 여기에 올해로 넘어온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은 13조2000억원이었다.

이로써 세계잉여금은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정부가 결과적으로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재정을 운용하다 보면 세입이 예산을 초과하거나 지출이 당초의 세출예산에 미달, 쓰지 않은 돈(세출불용액)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초과세입과 세출불용액의 합계가 세계잉여금이다. 즉 ,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1년 동안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와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하면 다른 선진국보다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채무 증가율(2000~2016년)은 OECD 국가 중 넷째로 가파른 데다 인구 고령화도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금 충당 부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가입한 공무원과 군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기 위해 미리 쌓아둔 부채. 장래 지급할 연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산출한 것으로 장부상 부채이다. 충당부채는 금액이 확정된 채무는 아니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하면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뜻에서 넓은 의미의 국가 부채로 간주한다.

추경 자금 630억 불과…‘추경’ 집행하려면 대규모 적자국채 불가피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재원이 62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처럼 한국은행 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등을 보탠다 해도 대규모 추경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18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정부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세입 초과분과 세출에 쓰지 않은 돈을 합한 금액)은 10조6575억원이다. 그러나 이 중 98.8%(10조5292억원)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청 교부금 정산 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남은 돈 중 공적자금, 채무 상환 자금을 제하고 나면 추경 재원으로 편성할 수 있는 돈은 629억원(0.6%)에 불과하다.

2017년 결산 당시에도 올해와 비슷한 10조422억원의 세계잉여금이 남았지만 교부세·교부금으로 정산한 돈(5조9762억원)이 올해의 57% 수준에 그쳤다. 덕분에 작년엔 세계잉여금으로 약 2조원의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추경에는 이 밖에 한은 잉여금, 기금 여유자금, 특별회계 재원 등을 보탤 수 있다. 작년에도 한은 잉여금 6000억원, 고용보험과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가져 온 여유자금 1조3000억원을 보태 국채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들 여유자금 만으로는 만약 9조원 가까운 추경을 편성하려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은과 기금 등에서 작년 수준의 자금을 동원해도 7조원 가량은 적자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다만 백승주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세계잉여금 외에 한은 잉여금 등 다른 항목의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확한 규모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이달 중 확정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은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9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중국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 정도까지는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는 세계잉여금이 많았지만 빚을 갚는 데 다 써서 남아있는 게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2018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결산 결과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정책적으로 사용된다.

▶세계잉여금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재정을 운용하다 보면 세입이 예산을 초과하거나 지출이 당초의 세출예산에 미달, 쓰지 않은 돈(세출불용액)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초과세입과 세출불용액의 합계가 세계잉여금이다. 즉 ,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1년 동안 거둬들여 쓰고 남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