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로 간담회 열고 정책 방향 조언 구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최정표 KDI 원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윤종원 경제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중수 전 한은총재,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박승 전 한은총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그동안 현직 경영인 위주로 간담회를 열고 기업 정책을 논의했다면 이번에는 경제 원로들을 만나 좀 더 큰 틀의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이다. 세계 경제 하방압력과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계 원로와의 간담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행보의 연속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 활력 증진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1월7일), 대·중견기업 간담회(1월15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2월7일),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2월14일), 외국기업인 간담회(3월28일) 등 다섯 차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경제 원로 간담회에는 김대중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노무현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전 원장, 노무현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봉흠 전 장관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박승 전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자문 역할을 했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자문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모두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수립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이명박정부 인사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 최정표 KDI 원장 등 문재인정부 경제 관련 인사들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주형철 경제보좌관도 참석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를 두루 거친 원로들을 초청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대해 “경제상황 전반과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해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폭넓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경제의 하방압력과 수출 여건 악화와 같은 현안도 포함됐다.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지표가 줄줄이 악재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경제 낙관론의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가 전년 대비 1.9% 감소해 5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마지막 희망인 수출마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일자리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양극화 심화 대책에 대한 의제가 논의 주제로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일자리 확대를 내세우며 2017∼2018년 2년에 걸쳐 무려 54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간담회에선 문 대통령이 먼저 “격식 없이 이야기해 주시면 큰 참고가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경제 원로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의 방향성은 공감하면서도 정책 보완을 주문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 협력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은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방향은 맞지만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다 많은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국민역량을 집결해야 한다”며 “임금상승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소득주도성장의 보완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중소기업 기술탈취 같은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원로들은 기업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해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승 전 총재는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두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안정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여건을 감안해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며 “국채발행 이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재정안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4차산업혁명에 맞춰 보다 적극적인 경제 성장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양성, 교육정책, 공정경제, 규제 강화 등을 말했다.

결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인한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하는 한편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보완,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요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며 “경제 정책 부분에 있어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원로들의 지속적인 조언을 요청했다.

강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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