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국내외 금리 하락으로 주가 크게 상승

한 주(3/29~4/4) 동안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코스피가 닷새 연속 상승해 2200을 회복했고 코스닥 역시4.3% 상승했다. 주가가 이렇게 크게 상승한 건 국내외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저금리=주가상승’이라는 과거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지난주 우리나라 대표금리인 국고 3년물 금리가 주중 한때 1.6%대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1.75%이니까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셈이 된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했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기준금리인 2.5%를 경계로 등락을 거듭했다. 일본과 독일은 10년 금리가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2015년 이후 2년반만에 처음 벌어진 상황으로 지금 이 나라들의 국채를 사면 10년동안 한번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에 투자한 금액보다 작은 돈을 돌려 받게 된다. 이 모두가 3월 마지막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금융주 특히 은행주가 강하게 상승했다. 이유는 둘이다. 은행 수익 중에서 예대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데 금리 하락 초기에는 예금 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빨리 내려와 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주가 하락이다. 지난 1년간 은행주 주가가 좋지 않았다. 대표기업인 KB금융의 경우 한해 동안 주가가 35%나 떨어질 정도였다. 기업 실적이 나빠졌다면 주가 하락이 당연하겠지만 해당 기간 은행의 수익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이런 재료의 영향으로 주중 은행주가 5%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주식을 순매수 했다. 외국인이 한 주 동안 9948억원, 기관투자자가 436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작지 않은 금액을 사용했다. 주가가 주중 계속 오른데다 미국과 중국 등 우리 시장에 영향을 많이 주는 쪽의 주가가 오른 게 매수 이유였다. 나스닥 지수 상승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영향도 있었다.

채권 유통 규모 축소, 인상 중단, 경기 둔화 우려가 금리 하락 요인

주가는 금리 수준과 리스크에 대한 판단 그리고 경제지표에 의해 움직인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경제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컸는데 지난주에 갑자기 금리의 힘이 세졌다. 국내외 금리 모두가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양적 완화인데 수년간 정책 시행과정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채권을 많이 사들인 영향으로 채권의 유통 규모가 필요한 수준보다 줄어들었다. 이 상태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안정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금리가 평소보다 빠르게 하락한 것이다.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영향도 있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를 세 번 올릴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 전망이 갑자기 두 번으로 줄더니 이제는 동결로 바뀌었다.


유럽이나 일본은 금리 인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걸 넘어 예정에 없던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리 전망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사이에 틈이 생겼고 이 부분을 시장 금리 하락이 메운 것이다. 가장 큰 건 역시 경기 둔화 우려다.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대신 실업률 전망치를 높였다. 미국의 고용지표는 제조업, 주택, 소비 모두가 둔화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지표다. 이런 지표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 경기 둔화가 눈 앞에 왔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 영향이 장기 금리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의해 장기 금리는 경제 전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리와 함께 경제지표에 대한 평가도 주가 상승에 한 몫을 했다. 주가가 오르자 경제 지표가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졌다. 위험이 정점을 치고 계속 줄 거라는 기대인데 이런 생각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모두를 제거해 주지는 못해도 공포에 휩쓸렸던 몇 주 전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까?

문제는 가격 수준이다.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 실제 긍정적으로 변한 부분도 있지만 기대만 커진 부분도 있다. 지금은 둘 다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가격이 더 높아지면 역할이 줄어들거나 서로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경기와 기업실적 등 주가를 만드는 주요 변수의 상황이 높은 주가를 이겨낼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2%밖에 남지 않았다. 유럽 역시 상승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주가 흐름만 보면 2000년 IT버블 붕괴 때와 완전히 딴판이다. 당시는 주가가 최고까지 올랐다가 한번에 떨어졌고 하락이 진정된 이후에도 고점을 다시 회복하는 상황까지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20% 가까이 하락했다가 강하게 상승해 최고점을 다시 넘보고 있는데 시장 내부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에 나온 모습이다. 선진국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과거 최고치에 근접한 만큼 일정 기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이 주가가 대세 상승을 이어가던 작년 중반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금리가 하락하면서 어지간한 투자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게 투자심리다. 오던 흐름을 연장해서 보려는 마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높은 주가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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