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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자구안 퇴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모두를 ‘담보’로 내놓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대신 금호측은 5000억원의 경영정상화 자금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고, 만에 하나 그룹에서 이탈하면 재계 25위(자산 기준)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레저업체인 금호리조트만 거느리는 소그룹으로 전락한다. 그만큼 채권단 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9개 은행 채권단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미흡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룹 지배 지분 4.8% ‘담보’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그룹 자구안의 골자는 금호 측이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체를 담보로 내놓고, 기타 보유자산도 매각해 지원 자금을 상환할 테니 당장 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박 전 회장 일가 등이 지주회 격인 금호고속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금호 측은 박삼구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지분 4.8%)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금호고속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여서 그룹 경영권까지 내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56.9%) 중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의 지분 42.7%는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어 실제 새로 제공하게 되는 담보는 4.8%뿐이다. 2015년 박 전 회장은 이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금호 측은 박 전 회장과 박세창 대표의 담보를 풀어주면 추가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금호그룹은 3년 안에 자구계획에 따른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곳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 등 채권단의 인수합병(M&A) 결정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호그룹의 설명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자구안이 채권단과 당국의 기준에 불충분할 거란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담보로 제공되는 오너 일가 지분이 4.8%에 불과한데다, 당장 3년을 벌어보자는 ‘지연전술’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벌들이 기업이 어려울 때, 마지막에 하는 일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인데, 이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권만 담보로 내주며 특별한 위법행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의결권 행사에는 전혀 제약이 없다”며 “보유 지분 전체를 내놓은 것은 상징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매각이 아닌 ‘담보’제공 형태여서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고,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조건부로 걸어놓은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한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비중이 클 것이고 결국 국민 혈세의 투입”이라며 “채권단 역시 ‘재벌 총수 구하기’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차입금 3조1630억, 시총 3.5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외부 회계 법인에서 감사 의견이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었지만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3조1630억원에 달한다. 11일 종가 기준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8887억원)의 3.5배 가까운 규모로, 이중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만 1조1900억원에 달한다.

금호 측은 그간 차입금 상환을 위해 금융권 대출과 만기연장 등을 고려했지만, 최근 한정 감사의견 사태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졌다. 금호 측은 이날 산은에 자구안을 제출한 후 입장자료를 통해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은과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 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자구안에 ‘퇴짜’

11일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9일 금호그룹이 자구안을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내용을 공개했고, 또 하루 만에 거부 견해를 밝히면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산은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통보했고 앞으로 채권단 협의를 통해 이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그룹의 운신의 폭은 좁은 상황이다. 앞으로 데드라인은 1개월이다. 기존 MOU 마감이 내달 6일이고, 이달 내 아시아나항공에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내 채권단을 만족시킬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파국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외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한화, 롯데그룹 등 잠재적 인수 후보군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자구안 수정 관련된 추가 논의를 한 바 있지만 매각과 관련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됐거나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평가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더 이상 금호그룹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타계 후 국내 FSC 항공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여부의 파장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할 것이며, 마지막 남은 호남 기업이기도 해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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