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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 신음하는 카드업계

올해 카드사 수익성 악화 우려 가중, 개편안 놓고 금융당국과 갈등 ‘점입가경’
  • 지난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 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지난해 말 정부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카드사들은 수익성 둔화에 대한 우려로 신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부랴부랴 금융당국이 지난 9일 카드사 최고경영인 간담회를 열고 카드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카드노조는 여전히 금융당국이 실효성 없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입가경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무색해진 경쟁력 제고 방안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안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2.0~2.2%에서 1.4~1.6% 로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지난해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카드 수수료를 연간 8000억원 가량 축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 입장에선 수수료 인하가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작년 실적 기준으로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별 수수료 인하액 추정치는 신한카드 1812억원, 삼성카드 1566억원, 현대카드 1199억원, KB국민카드 1194억원, 롯데카드 865억원 등이다.

개편안 발표 직후 삼성증권은 “수수료 인하로 인해 신용카드사들의 이익은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올해는 개편안이 실질 적용됐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로 구성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조는 지난 3일 카드대란과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금융감독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 떠넘기기 행위가 공정한 시민질서를 확립하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 떠넘기기 행위는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금감원장은 학자 시절 자신의 제안을 반드시 이행하는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드수수료 합의 내용과 수수료 인상 원칙을 분명하게 밝히고 카드사 및 카드산업 노동자와 합의했던 내용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 이후 카드사의 2019년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비교 시 약 37% 감소했다”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한다면 카드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해 수많은 카드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인 장경호 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특별사법경찰 조직을 통해 우월적 지위로 역진성 해소를 거부하고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대형가맹점 조사 ▲휴면카드 해지기준 폐지, 렌탈업무 확대, 레버리지 배율 규제 완화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 등을 요구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당국이 카드사 최고경영인 간담회를 열고 카드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점이다. 카드사 노동조합은 정부의 발표가 있자마자 수용할 수 없다면서 금융 당국에 면담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8개 카드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 후속조치로 카드사 경쟁력 및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제고 방안은 우선 연 6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한다.

카드사가 법인 회원이나 대형 가맹점을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해 회원사의 직원 해외여행 경비를 대주는 등 출혈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것을 법령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카드사가 대기업 등 법인 회원에게 카드 결제 금액의 일정 수준을 초과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카드사와 법인 회원 모두 처벌한다는 것이다.

통상 카드사는 법인 회원과 별도 이면 계약을 맺고 복지 기금 출연, 직원 해외 연수 지원 등 카드 결제액의 1% 안팎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으로 법령을 개정해 이런 지출액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도록 강제한다.

새 카드를 출시 할 땐 연회비를 넘는 부가서비스를 포함하지 못하도록 한다. 기존 상품도 카드사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 부가 서비스 조정을 위한 약관 변경을 심사한다. 법인회원에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은 결제 금액의 0.5%를 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카드사 수익 다변화를 위해 마이데이터와 신용평가업무 겸영을 허용하는 등 신사업 지원도 활성화한다. 더불어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은 그대로 6배로 유지하되, 레버리지를 계산할 때 빅데이터 등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 대출을 총자산에서 뺀다.

휴면카드 자동해지 제도를 폐지하고,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도 가맹점에 안내를 할 수 있도록 해 고객 재유치 비용 및 안내 비용을 절감하도록 했다. 대형 가맹점도 카드사로부터 과다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유권 해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명시하기로 했다.

카드사가 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과 자영업자 신용평가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도 손본다. 카드사의 렌탈 사업도 지금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언뜻보면 카드사의 규제 완화 요구를 상당수 받아준 것처럼 보이지만 카드 업계는 이 같은 방침에 불만이다. 카드업계가 요구했던 방안이 실직적으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기존 카드 상품의 할인, 포인트·마일리지 적립 등 부가 서비스 축소가 대표적이다. 현행 금융 감독 규정은 신용카드 신규 출시 후 부가 서비스를 3년 이상 유지했고 앞으로 수익성 유지가 어렵다면 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드사도 의무 유지 기간이 지난 부가 서비스를 없앨 수 있게 해달라고 금융 당국에 건의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기존 카드의 부가 서비스 축소 문제를 중장기 논의 과제라면서 유보했다. 소비자 반발, 카드사의 약관 설명 의무 위반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개편안이)카드업계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레버리지 규제 완화에 대한 업계 의견이 수정 반영된 점과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카드노조 총파업 선언까지

카드노동자들은 총파업 돌입까지 선언했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카드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합동대의원대회 및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총파업 결의대회 전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 및 총파업 시기 등에 관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현정 위원장은 “금융위는 대안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등의 핑계만 대고 있다”고 말했다.

허권 위원장은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함께 사는 공동체 경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있으면 시행될 수 없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즉각 퇴진해야 하며, 금융위원회에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등 카드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장경호 위원장은 “6개 카드사 노동자들이 모여서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라며 “생존권을 사수하고 구조조정을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총파업이 가결된 만큼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카드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설지 아닌지는 금융당국의 선택에 달렸다”촉구했다. 투쟁결의문은 ▲차등수수료 도입과 대형가맹점 하한 가이드 제도 즉각 도입 ▲카드산업 정상화를 위한 15가지 공동요구안 수용을 요구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보낸 협의안인 ‘카드사 경쟁력 및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발표 이후 파업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카드사노조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 노조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 확대, 부가서비스 축소 등의 요구 사항을 내세우며 “5월 말까지 요구 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 노조가 내건 요구사항은 세 가지 조건이다. 우선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금융위는 역진성 해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며, 국회에도 관련 입법 요구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노조는 또 레버리지 배율 차별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카드산업을 다른 금융산업과 차별화된 레버리지 규제를 통해 억누르는 것은 카드산업을 망치는 일이며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가서비스를 축소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카드노조의 파업은 대정부 투쟁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카드노조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레버리지 비율 완화와 부가서비스 유지 의무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진 것이 파업에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드사들의 목소리처럼 벌써부터 실적 하락과 영업점포 규모 감소는 수치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ㅌㅕㅁ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영업점포 수는 지난 2017년 말(328개)과 대비 20.4%(67개)가량 줄었다.

카드사들이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점포부터 감축한 탓이다. 카드사 실적도 연매출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은 연간 5700억원, 연매출 30억~500억원 일반가맹점에선 연간 21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골칫거리다.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새로운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지만, 대형가맹점과 카드사의 견해차가 커 완전 협상 타결이 지체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은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 이동통신사, 대형 할인점 등과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가맹점 해지까지 통보하는 등 대립 속에 최종 수수료 협상이 타결됐지만 다른 대형가맹점과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 많은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방식이 있고, 카드사들은 카드사들의 방식이 있다.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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