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국내외 주가를 끌어올린 세 개의 힘

주가가 열흘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4/5~4/11)도 그 영향 내에 있었는데 상승 기간에 비해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주에 78포인트가 상승한 반면 이번 주는 18포인트로 오른 폭이 줄어들었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시장이 연속 상승에 따른 부담 또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열흘 동안 주가가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100포인트 이상 오른 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가가 상승을 이어갈 수 있었던 동력은 세 가지다.

하나는 경제와 기업실적이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이고 두 번째는 금리 하락이다. 3월중순에 있었던 국내외 금리 하락으로 지난 10년 동안 적용돼 왔던 ‘저금리=주가 상승’이란 힘이 다시 작동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미중 무역협상이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6조 2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줄었다. 이익이 좋지 않은데 비해 주가는 나쁘지 않았다. 실적 발표가 있기 이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쇼크 수준의 숫자가 발표된 후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최악의 실적이 이미 나왔으니 앞으로는 회복될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종목은 바이오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3월말 18만원을 저점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10일 사이에 20만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이런 상승은 다른 바이오 종목에서도 나타났는데 신약 개발 실패 등 시장을 압박했던 재료들이 희석된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모두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한 주 동안 8231억원, 기관투자자가 243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가 꾸준히 오른데다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선진국 채권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몰린 게 역할을 했다. 나스닥 지수 상승의 영향으로 IT관련주식들이 상승한 영향도 있었다.


무역분쟁의 영향력은 타결되는 순간이 최대, 이후 빠르게 사라질 듯

미중간 무역협상은 미국의 요구 사항에 대해 중국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중국이 신규 외국인 투자법에 대한 초안을 내놓았다. 다음은 지적재산권 관련 사항들인데 이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최종 타결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적 재산권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중국이 들어줘야 할 사안이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상태에서 국제적인 룰을 계속 무시하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역협상은 양국의 필요를 어느 지점에서 절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미국간 무역분쟁이 왜 1970년대가 아닌 1980년대에 일어났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일본 경제는 미국에 위협이 되기보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던 반면 1980년대는 정반대였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서 견제가 필요해 이 때에 무역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중국 경제는 미국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위협되는 부분보다 많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중국의 저가 상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무역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경우 중국 경제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이 될 때까지 새로운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분쟁이 해결돼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루 이틀, 길어야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재료로서 영향력이 사라질 걸로 전망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시장이 분쟁 타결을 전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무역협상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중국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상하이 지수가 33% 올랐다. 이제는 완전히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새로울 게 없는 상태다.

바이오 업종 전망이 밝지 않아

바이오가 올랐지만 이는 단기 하락에 따른 반응이어서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힘들다. 무엇보다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바이오 기업의 실적은 셀트리온이 끌고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7년에 52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당초에는 2018년과 2019년 해당 수치가 8000억과 1조를 넘을 걸로 기대됐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작년 영업이익이 3387억으로 떨어져 재작년에 비해 오히려 33% 줄었다. 이는 보기에 따라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작년 1월 바이오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1년 넘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과거에 얘기했던 성공 시나리오가 가시화되어야 할 때가 됐는데 실제는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이 늦어지는가 하면 개발에 실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바이오 산업 자체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처럼 성장을 테마로 주가가 움직일 경우 기대가 꺾이는 순간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과정을 몇 번 겪으면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가려지게 된다. 작년 상반기에 바이오 주식이 1차 하락했었다. 셀트리온처럼 규모가 큰 기업조차 주가가 고점에서 50% 하락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3월말에 2차 하락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는데 다행히 빠르게 회복됐다. 성장주의 하락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바이오 주식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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