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리드보다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위드가 더 강력하다…`함께’의 DNA전파 앞장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동심동덕(同心同德·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의 자세로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고 2020년까지 농가 연소득이 2020년까지 5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임 초 목표를 이날 재확인시켰다. 성공한 협동조합 중 하나로 꼽히는 농협을 조직 분위기를 확 바꿔 ‘함께(위드)’의 가치로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명의 리드보다는 모두의 위드(With) 농협중앙회장은 국내 225만 농협조합원을 대표하는 자리다.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등 양대 지주는 물론 수 십개의 소속 계열사 대표의 인사가 그의 의중에 달려 있다. 놀라운 것은 김병원호는 이전의 농협의 보수적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저서 <위드하라>에서 “함께 하는 것만큼 강한 힘은 없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한 명의 리드보다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두의 위드가 더욱 강력하다는 것이다. 함께 성공하고 행복한 이른바 ‘위드 경영’이다. 농협이 성공적인 협동조합 모델로 자리하게 한 ‘상생’과 ‘협동’의 가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초 초임한 뒤 농심과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해 현장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농촌 일손 돕기 운동’을 전국 단위로 실시했다. 농협중앙회와 경기,충남 등 16개 지역본부, 158개 농정지원단 등 범농협 임직원 약 700여명이 참여했고, 김 회장은 직접 농촌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지난해 10월 3주 동안 범농협 임직원 및 우수 고객, 자원봉사자 5만6000명이 함께 하는 수확기 범 농협 전국 집중 일손 돕기 행사를 진행했다.

또 김 회장은 ‘함께’라는 협동조합의 DNA를 일깨우는 작업도 병행했다. 협동조합으로서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역할에 집중하는 게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봤기 때문이다. 취임 후 김 회장의 첫 행보가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한 것을 보면 그의 경영 가치의 중심을 짐작할 수 있다.

농협을 위한 변화, “새로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자” 김 회장은 지난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범농협 계열사들을 모아 4차 산업혁명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농협 미래 혁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가 특별했던 이유는 김 회장이 직접 행사를 이끌고, 계열사 경영 혁신, 4차 산업혁명과 농협의 미래, 글로벌 사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실현 등 4가지를 주제를 놓고 직원들과 13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벌어 농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설립했다며 계열사는 주식회사이지만 협동조합 정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협동조합 원칙 7가지를 적용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언급했다.

또 올해도 김 회장의 특별한 강연은 이어졌다. ‘범농협 한마음 정진대회’를 열고 김 회장은 ‘2019 농협, 새로운 역사를 마주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2시간여 동안 진행한 특강에서 농협의 역사와 취임 이후 현재까지의 역점 사업 등을 돌아보며 전국의 범농협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김 회장은 ‘새로운 역사의 수레바퀴를 함께 돌리자’는 전제 아래 ▲협동조합의 본질을 잊지 말라 ▲때를 놓치지 말라 범농협 시너지를 극대화하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라 ▲100년 농협을 준비하라 ▲매력적인 농협문화를 만들어라 등 6가지 미션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뒤,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농협으로 진화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회장이 강조한 것은 ‘새로운 100년 농협을 위한 준비’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이 잘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을 통합,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하며 ▲청년 농업인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

김 회장은 특히 취임 후 농업인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 받고 팔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올 상반기에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급락한 양파와 보리는 농협이 손실을 보더라도 전량 매입하겠다는 배수진을 침으로써 정상가격을 회복하여 약 1595억원의 농가소득을 높였다. 또 노지채소 5대 품목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적정 파종면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함에 따라 가격 급등락을 예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김 회장은 취임 3주년 행사에서도 “지난 3년 동안 비료, 농약 등 영농자재 가격인하를 통해 약 5742억원, 국제 곡물가격이 23%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사료가격 할인 정책을 고수하여 약 881억원의 경영비를 절감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쌀 가격이 19만원대에 안착할 수 있게 노력했다. 정부와 협력해 타작물 지배면적을 2만8000㏊로 확대했고, 오리온농협을 설립하여 쌀가루, 그래놀라 등 쌀 가공제품 소비도 증진시켰다. 추곡수매기에는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농가 출하 희망물량을 전량 매입하겠다는 각오로 가격 지지를 위해 애썼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해는 농협 계열사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적자가 나는 곳은 정리를 해왔다. 농민에게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안 되고, 빚 얻어 자본을 투자한 농협중앙회에는 손실을 끼쳤기 때문이다. 흑자를 내더라도 중앙회가 자본을 줬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상의 배당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 계열사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해야 했다.

김 회장은 계열사 34곳에 대해 컨설팅을 벌여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견되면 통폐합·기능조정·투자효율화 등 연차별로 대수술 작업을 해왔다. 계열사들이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목표로 세웠다.

청렴한 조직 문화 형성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2017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농협을 김 회장은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중 하나로 임직원 내부 제보를 적극 장려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만든 점이다. 김 회장과 허식 부회장은 반부패,청렴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가 있어야 내부 제보가 활성화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제보자 신분 확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익명제보시스템’을 중앙회, 경제, 금융지주 및 전 계열사에 도입해 내부 임직원 또는 협력업체에 비윤리적 사실을 인지할 경우, 스마트폰, PC 등으로 안심하고 제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접수된 제보사항은 농협중앙회 감찰조사반을 통해 조사·처리되며, 확인된 위법·부당 사실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이루진다.

집념의 김 회장

김 회장은 광주 농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농협 직원을 시작해 중앙회장까지 오르며 40여 년 동안 농협의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이다.

김 회장은 선거가 민선으로 전환된 뒤, 최초의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이다. 그 과정은 고됐지만 김 회장은 뚝심 있게 세 번에 걸쳐 농협중앙회장에 도전했다.

김 회장은 모든 코드가 조합원인 농민에게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에 들어온 후 전남 나주시 남평농협 조합장, 농협중앙회 이사, NH농협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지역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사내이사 등을 맡아 농협중앙회 안팎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평이다. 김 회장은 “농협의 목적은 농협의 이익 확대가 아닌 조합원인 농민 소득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김 회장은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회장으로 당선됐을 당시에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가 아닌 서울 을지로에 있는 지하 주차장 창고에서 업무를 봤다. 농협중앙회에서 임시 집무실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이후 본사 11층 집무실에 입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관행도 없앴다. 출퇴근시 임직원들이 로비에 나와 90도로 인사하던 관행을 없앴고, 본사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전 직원에게 개방했다. 주말에는 전국 농촌을 돌아다니며 농업인과 소통하고 시간을 갖고 있다.

▶김병원 회장은

△1953년 전남 나주 출생 △1974년 광주농고 졸업 △1999년 남평농협 조합장, 광주대 경영학과 졸업 △2001년 전남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 △2004년 농협중앙회 이사 △2010년 전남대 농업경제학 박사 △2013년 NH무역 대표이사 △2015년 농협양곡 대표이사 △2016년~ 농협중앙회장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