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화장품 등 중국 관련주 급등

지난달 28일 시작된 주가 상승이 13일간 이어졌다. 3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상승이 하루만 더 이어졌다면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울 뻔했다. 장기 상승이 이어졌지만 지난주(4/12~4/18)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코스피가 10.6포인트 코스닥이 12.9포인트 떨어졌다. 마지막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 때문이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이 우리 시장을 끌고 가는 역할을 했다. 중국시장이 단기에 30% 넘게 오르자 중국 관련주가 동반 상승했다. 최근 나온 경제 수치들은 중국 주가 상승이 나름대로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6.4%를 기록했다. 수출도 침체에서 벗어나 제 궤도를 찾았다. 3월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14.2%를 기록했는데 전망치 6.5%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지난 2월 수출증가율은 -20.8% 였다.

중국 관련주중 가장 눈길을 끈 건 화장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12일 동안 25% 넘게 올랐다. 자동차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자동차 재고조정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선데다 증치세가 16%에서 3%로 인하된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서면서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16.07% 오르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주 등 관련주가 급등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표시된 아시아나항공 주가. 연합

아시아나 항공 매각 소식으로 해당 기업은 물론 금호 그룹 전체가 상승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발표 당일 상한가를 포함해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주가가 배 가까이 올랐다. 우선주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계열사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우선주가 가끔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많은 종목이 올라 투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때 나왔는데 이번도 아시아나 항공으로 포장했을 뿐 과거 현상이 반복된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매가 엇갈렸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512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투자자는 456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국제 금리가 떨어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 채권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몰리면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난 반면, 국내투자자는 주가가 오른 IT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현실화해 서로 매매가 엇갈렸다.

중국 주식시장은 무역협상의 성공을 가정해 움직여

중국 주식시장에는 독특한 움직임이 하나 있다. 주가가 어떤 계기를 만나면 급등-급락을 했다가 오랜 시간 저점을 찾아가는 형태가 그것이다. 2000년 이후 주가 움직임이 그랬다. 2003년 1499로 시작한 상하이지수가 2005년 1060까지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주가가 20개월만에 갑자기 6000까지 상승했다. 민영기업의 ‘중형화 운동’과 소액주주 활성화를 위한 주주권 개혁이라는 이벤트가 작동한 결과였다. 하락은 상승만큼 빨랐다. 2007년 6124까지 올랐던 주가가 1년만에 73% 떨어져 1664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5년동안 1200까지 천천히 하락하면서 바닥을 만들었다.

또 한번의 상승은 2014년에 있었다. 상하이와 홍콩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교차 매매할 수 있게 허용한 후강통(扈港通)제도가 도입된 게 계기였다. 9개월 동안 120% 오른 후 4개월만에 다시 42%나 떨어지는 변동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 중반까지 3000을 중심으로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저점이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고 판단할 즈음 중국 주식시장이 갑자기 하락해 2400대까지 내려왔다. 무역분쟁과 위안화 절하로 자금 유출이 일어난 게 원인이었다. 몇 년간 진행돼 온 저점 형성 과정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던 중국시장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무역분쟁이 잘 해결될 거란 기대와 함께 주가가 낮아진 부분이 역할을 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금융완화정책이 재개돼 국제자금이 신흥국으로 방향을 튼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올랐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상하이 지수가 3200까지 오른 후 힘이 약해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인데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그 동안은 무역협상의 성공적 타결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재료의 영향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여서 더 이상 힘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주가가 오르지 않은 종목에 관심을

지난 1분기에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다. 각각 17%와 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IT 하드웨어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종이 올랐다. 상승률이 20%를 넘어 많이 오른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주가 상승으로 해당 업종의 주가가 이익보다 훨씬 높아졌다. 4월 중순 현재 나스닥과 코스피의 주당순이익배율(PER)이 23.3배와 11.1배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주가가 기업실적에 비해 높은 상태여서 이제는 발생한 이익만 가지고 투자종목을 찾기 힘들어졌다.

하락이 컸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한 종목을 찾아나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조선과 은행이 거기에 해당한다. 조선은 지지부진한 업황이, 은행은 부동산 경기 둔화라는 부담 요인이 있지만 주가가 낮아 괜찮은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주가가 올랐지만 여건이 좋은 건 아니다. 우선주가 상승하는 걸 보면 상승을 대체할 만한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종목으로 대상을 좁히는 게 맞을 것 같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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