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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N]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퇴진

변화 속에서도 "정도 경영이 곧 승자의 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4)이 16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어온 지 50년 만이다.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동원산업을 창업해 재계 서열 45위까지 이끈 김 회장은 그룹 창업자가 스스로 경영에서 명예롭게 퇴진한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의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지만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며 준비한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던 중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퇴진을 선언했다.

“正道가 승자의 길”

김 회장은 오랜 기간 퇴진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돼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함께한 임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저와 오래 동행한 사람일수록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사회에 더욱 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정도 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등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 정신을 발휘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소 선장에서 재계 45위 기업을 만들기까지

1935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강진농고와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23세 때인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 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로 ‘긴 항해’를 시작했다. 청년은 3년 만에 최연소 선장이 됐다. 34살인 1969년 동원산업을 만들어 수산·식품·포장·물류 4대 축을 바탕으로, 지난해 연매출 7조2000억원을 거둬들인 재계 45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생활기업(동원그룹)과 증권그룹(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셈이다.

동원산업은 1969년 4월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출발했다. 이후 신규 어장 개척, 첨단 어법 도입, 오일쇼크 위기 극복 등을 거쳐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다. 1982년 내놓은 국내 최초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는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 이상 팔렸다. 2000년에는 종합식품기업 동원F&B를 설립해 유가공·건강기능식품·온라인 유통에까지 팔을 뻗었으며 종합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페트 용기, 캔, 유리병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세네갈 통조림 회사 ‘스카사’, 베트남 종합 포장재기업 ‘TTP’, ‘MVP’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원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펼치며 연 매출 7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요 계열사는 15개가 넘는다.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그룹과 계열 분리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됐다.

M&A를 통해 동원그룹의 4대 주요 기동인 ‘수산·식품·포장재·물류’의 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7조원의 매출은 수산 3조 8600억원, 포장 1조600억원, 종합물류 1조원으로, 1차 산업부터 4차 물류까지 황금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깜짝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인재육성과 사회 공헌

김 회장은 정도경영을 통해 납세와 고용창출, 그리고 인재육성을 이루고자 했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김 회장은, 창업 10년인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 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통해 국내 인재육성에 힘써왔다. 또한 어린이들에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트 동원그룹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김 회장의 ‘깜짝 은퇴’ 발표로 동원그룹의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 회장은 2남2녀를 두고 있다. 앞으로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 엔터프라이즈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 부문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미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제조 부문인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두 2세 경영인은 각기 맡은 분야에서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인데 그 배경에서는 김 회장의 남다른 경영 수업 방식에 있다고 본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또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 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 동원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동원그룹 부회장직에는 지난 2013년 선임됐다.

이후 김 부회장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을 했다. 참치 사업만으로는 그룹의 지속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주도해 인수한 기업 수만 9곳이다. 2014년 필름 및 판지 제조사인 ‘한진피앤시’, 음료수 포장재 기업 ‘테크팩솔루션(전 두산테크팩)’을 인수했다. 2016년에는 온라인 반찬 간편식 제조업체 ‘더 반찬’과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주도했다. 글로벌 진출과 가정 간편식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목적이다. 실제 더 반찬은 동원F&B의 간편식 사업의 선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김 부회장의 경영 실력은 준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사내이사로 있는 동원F&B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2조8025억원으로 2012년(1조6628억원) 대비 68.5%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참치와 관련된 식품 일변도에서 가정간편식, 물류 등으로 더 다양해졌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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