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미국시장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하락

지난주(4/19~4/25) 주식시장은 하락으로 마감됐다. 코스피가 23.2포인트, 코스닥도 3.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는 강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실적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이익 전망치 하락이 계속되면서 PER(주가수익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1.4배까지 올라왔다. 주가가 하락하는 것보다 이익의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8.7% 줄어든 결과다. 포스코 역시 업황 부진의 영향을 받았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조142억원과 1조202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1%, 5.4% 줄었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배터리, 정보기술(IT) 등 업종을 불문하고 이익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조선주가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주가가 주중 한때 14만원을 회복해 다른 종목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는 더했다. 4월에만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했다. 자동차 주가가 상승한 건 이익이 괜찮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난 23조98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조선주도 상승했다. 미국이 5월 2일 종료되는 이란산 석유제재 유예조치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게 원인이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5개국에 대한 석유제재 유예가 연장될 걸로 기대했는데 전망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영향으로 22일 브렌트가 3.0%, WTI가 2.7% 상승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가 2250까지 오르는 동안 조선주는 제자리에서 머물거나 오히려 하락했었다. 이익개선이 느린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간 합병에 따른 권리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락 요인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유가 상승으로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새롭게 제기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똑같은 사상 최고치, 달라진 상승 요인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했지만 주가를 끌고 가는 동력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8월과 현재 중앙은행이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작년 8월에는 연준이 유례없이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 활동, 노동 시장, 가계 소비, 기업 투자에 대해 ‘강한(strong)’이란 표현을 네 번이나 사용할 정도였다. 2분기 성장률과 7월 실업률이 각각 4.1%와 3.9%를 기록해 고성장-완전 고용을 달성한 게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연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9월에 금리를 인상할 정도였다. 미국 중앙은행의 목표가 ‘경기 부양’에서 ‘통화가치 안정’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연준의 움직임은 국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일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0.1%를 넘어 2년간 상승을 가로막았던 고점을 돌파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P 올렸다. 중국 역시 중앙은행이 유동성 흡수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반면 지금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 대신 그 공백을 금융완화가 메우고 있다. 3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앙은행의 자산 매각 작업을 10월에 끝낼 계획임을 밝혔다.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팔아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더 중요한 건 금리 인상 계획이다. 올해 금리 인상은 없고 내년에 한번 정도 인상을 고려하는 걸로 계획을 수정했다.

정책방향이 이같이 바뀐 건 경기가 나빠서다. 연준은 올해와 내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와 1.9%로 기존 예상치보다 0.2%p와 0.1%p 하향 조정했다. 유럽은행도 비슷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내렸다. 작년 12월 해당 전망치가 1.7%였던 걸 감안하면 몇 달 사이에 전망이 급락한 것이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측면에서 볼 때 작년 8월 사상 최고치가 더 안정감이 있다. 최근에 나온 금융완화는 과거 정책의 재판이어서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시장 상승은 고점을 만드는 과정

주가가 고점 부근에 있을 때 나오는 특이한 현상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상승이 오래 계속될 경우 주가가 한번에 꺾이지 않고 여러 번 고점을 만든 후 하락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요한 지점을 넘은 후 주가 하락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시장 상승도 여러 개 고점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전망은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4분기부터 기업이익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회복 속도가 빠르긴 힘들다. 작년 이익이 너무 커 이익 감소가 멈추는 것만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금융완화정책을 펴도 과거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정도 역할밖에 할 수 없는데 이 힘만으로는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없다.

현재 미국 시장의 결정적 지점은 사상 최고치다. 주가가 목표지점에 거의 다 왔다는 의미가 되는데 고점을 뚫고 올라가더라도 추가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 시장이 약해지면 우리 시장도 조정에 들어간다. 반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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