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제약·바이오 업계, 그래서 더 빛나는 ‘모범생’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효과 논란, 임상 시험 실패 등 계속되는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더불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으로 투자자들이 속앓이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다른 모습이다. 잇따른 신약 효과로 실적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온 만큼 성장 동력도 충분하다. 한미약품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모범생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한미약품(대표이사 우종수∙권세창)은 2019년 1분기 연결회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1.8% 성장한 2746억원 매출을 달성했다고 지난달 30일 잠적 실적을 공시했다. R&D에는 매출의 21.6%에 해당하는 593억원을 투자했는데, 전년 동기대비 26.5% 증가한 수치다.

투자 비용 증가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0.9% 하락한 260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자회사 실적 호조 영향으로 55.7% 상승한 175억원을 올렸다. R&D 비용 증가분을 제외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 매출 등 모든 부문에서 양호한 성장을 보인 것이다.

1분기 실적 상승을 견인한 배경은 순환기 분야 치료제 등 한미약품의 주력 제품들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인 데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은 179억원,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은 전년 동기대비 24% 성장한 157억원을 달성했다.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도 14.6% 성장한 70억원, 고혈압치료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는 133.3% 성장한 39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선전도 눈에 띈다.

북경한미약품은 전년 동기대비 4.6% 성장한 703억원의 매출과 192억원의 영업이익, 17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원료의약품 전문회사 한미정밀화학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전환됐다.

한미약품 측은“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프로그램이 다수 진행되면서 R&D 투자가 증가했지만, 국내 주력 제품 성장에 따른 ‘매출과 투자의 선순환’이 가동되며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발표한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보다 16.7%(37억 2000만원) 높은 수준으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다. 매출액 또한 증권사 예상치보다 3.8%(101억 4000만원)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미약품의 호실적은 R&D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이후 R&D와 신약 상용화 등을 위한 시설 투자액이 10년여만에 2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 성과 중 하나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원외처방 매출 규모가 가장 높은 제약사 자리에 올라 있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매출 대비 10%가 넘는 R&D 투자를 해 오다 2009년 이후부터는 약 20%에서 약 40%에 달하는 금액을 R&D 등에 투자하고 있다.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이 대표적인 R&D 결과물이다.

2009년 6월 첫 출시된 아모잘탄은 출시 1년여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현재는 7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글로벌 혁신신약과 의약품 제제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아모잘탄 말고도 한미약품의 ‘비만ㆍ당뇨 바이오신약’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3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해당 바이오신약은 지난 2015년 임상 1상 단계에서 다국적제약사인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됐고, 미국에서 1년 만에 임상 2상 완료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신약인 ‘HM12525A’의 글로벌 임상이 순항 중이며, 2상이 조만간 종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M12525A는 지난해 4월부터 미국에서 글로벌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2상 막바지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 성장 발판 마련

당분간 한미약품의 성장세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반이 탄탄하다는 의견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한미약품 목표주가 53만 원,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다.

진홍국 연구원은 “올해는 이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새로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파이프라인 가치의 점진적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은 고형암과 소세포폐암, 면역항암 등의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고 2분기 경구용 항암제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 등을 진행하고 있어 임상 진척에 따른 단계별 수취료(마일스톤)에 지속적 관심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도 같은 날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가를 61만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도 한미약품이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품목의 매출 상승으로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고 평했다.

구완성 NH증권 연구원은“한미약품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2746억원, 영업이익은 0.9%감소한 2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며 “연구개발비가 전년 동기 대비 124억원이나 늘었음에도 시장 전망치를 18.3%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로수젯(고지혈), 아모잘탄(고혈압), 아모디핀(고혈압) 등 주요 전문의약품 품목의 매출이 모두 성장한 영향”이라며 “MSD에 원료의약품 공급 개시에 따른 마일스톤 17억원도 반영됐다”고 봤다.

아울러 “2분기에는 롤론티스(호중구감소증)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재신청과 포지오티닙(폐암) 중국 2상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이 기대된다”며 “비용증가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강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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