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원화 약세^예상보다 큰 1분기 이익 감소

지난주(4/26~5/2)에는 주가가 상승했다. 코스피가 22.2포인트, 코스닥도 9.9포인트 올랐다. 4월 29일에 종합주가지수가 1.7% 오른 게 주간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주가가 상승했지만 매수 매도가 두껍지 않아 시세의 연속성은 약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조금만 사도 주가가 급등하고 반대로 조금만 팔면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매매 규모라도 크면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매매규모에 비해 주가 움직임이 너무 크다. 두 주체가 합쳐 하루 2000억 정도의 주식만 내다팔아도 주가가 1% 넘게 하락할 정도다. 시장에 완충지대가 없다는 의미가 되는데 예상치 못한 재료가 발생할 경우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실적발표가 계속됐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4월에 실적 발표를 마친 195개 기업(삼성전자와 금융주 제외)의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었다. 영업이익도 14조 7900억원으로 23.2% 줄었다. 당초 예상했던 이익 감소폭 15%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할 경우 감소율이 39%까지 올라간다.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심한 것 같다.

가장 특징적인 가격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었다. 1170원에 육박해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원화가 5% 가까이 절하됐는데 이중 70% 이상이 4월 16일 이후에 발생했다. 원화가 약세로 기운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 강해서다. 달러화 인덱스의 60% 이상이 유로화로 이루어져 있어 유로화가 약세일 경우 달러가 강세가 될 확률이 높은데 현재 달러/유로는 1유로당 1.115달러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국내 경기 둔화도 원화를 약세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직전분기 대비 -0.3%로 예상치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4월에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 감소함에 따라 조만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부분 역시 원화를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었다.

외국인이 1447억원, 기관투자자가 56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몇 주에 비해 거래 규모가 줄긴 했지만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한미간 성장률 격차가 커져

1분기에 미국과 경제 격차가 커졌다. 1분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이 약화된 게 원인이었다. 기대했던 정부지출도 높은 기저효과와 정책 집행 시차 때문에 성장률 둔화를 막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1분기에 3.2%(전분기 연율) 성장했다. 2018년 4분기 성장률 2.2%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3%대 성장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전년동기비로도 3.2% 성장해 2015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불안 요인이 해소된 건 아니다. 미국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높지 않았다. 1분기 민간소비가 1.2% 증가했는데 2018년 연간 증가율 2.6%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설비투자가 2.7% 증가했지만 작년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 공백을 메운 게 재고와 수출이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성장률 격차가 작년 4분기 1.7%p에서 -4.5%p로 역전됨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은 힘을 쓰지 못했고 원화도 약세가 됐다. 미국 경제가 일시적 요인에 의해 크게 성장해 시간이 지나면 성장률 격차가 해소되겠지만 이 부분이 곧바로 주가 상승 요인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경기 둔화로 미국 시장이 하락할 경우 우리 시장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다.

자동차 업종 크게 상승, 새로운 상승 모멘텀 확보가 관건

자동차가 가장 눈에 띄었다. 1분기 실적이 괜찮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현대차가 14만원에 바짝 다가섰고 기아차는 4만 5000원을 넘었다. 기아차가 특히 강해 3월 25일 이후 34%나 상승했고 거래일수 26일중 6일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실적이 좋은 건 신차 효과 때문이다. 미국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신차출시와 SUV 라인업을 강화한 영향으로 판매증가→재고감소→판매인센티브 감소의 선순환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중국시장은 수요 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동차 회복의 열쇠는 중국시장이 쥐고 있다. 최근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소비부양정책에 따라 노후 차량 교체를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우리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신차 출시와 함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당순이익배율(PER)은 각각 8.3배, 7.3배이다. 해외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이익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만큼 이익이 나와야 한다. 이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대차 주가는 다시 10만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해당 기업의 실적이지만 시장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뒷부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 프로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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