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30만가구 공급 '매머드급'신도시 탄생…서울 집값 잡을까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30만가구 주택공급 계획’의 마지막 패는 경기 고양시 창릉과 부천시 대장 등 2개 신도시였다. 문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이 두 곳에 총 5만800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를 추가했다. 이와 별개로 유휴부지 등을 최대로 활용해 수도권 26곳에 5만2000여 가구를 공급해 주택 수요를 최대한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신도시 추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도권 30만가구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 3차 신규 택지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양과 부천에 각각 3만8000가구, 2만가구 가량의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서울에서는 사당역 복합환승센터(1200가구) 등 역세권 및 유휴 부지를 활용해 1만517가구, 경기도에서는 안산 장상지구(1만 3000가구) 등 7곳에서 4만2000가구를 선보인다. 지난해 9월과 12월 총 21만가구 공급계획을 밝힌 데 이어 남은 11만가구 공급안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을 완료하게 됐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파르게 오른 수도권 집값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1차로 수도권 17곳에 3만5000가구의 공급 계획을 내놓았고, 12월에는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3곳을 포함해 41곳에 15만5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에 1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330만㎡(100만평) 이상 신도시 5개(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동)를 포함해 수도권 86곳에 총 30만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안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2차 계획 발표 당시 과천지구도 3기 신도시로 분류했으나 7000가구인 규모를 고려해 신도시급이 아닌 중형택지지구로 정정했고 택지 개발은 예정대로 추진된다.

3기 신도시에 새롭게 추가된 창릉지구는 서울 경계에서 1㎞ 이내, 대장지구는 서울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가깝고 교통 여건이 좋은 데다 주변에 일자리도 많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교통망 등 서울 접근성과 지역 자족기능을 최우선 조건으로 꼽기도 했다. 둘 다 서부권에 위치해 2차 때 발표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동부권과 인천 계양 서부권에 이어 동·서 균형을 맞췄다.

창릉지구에는 고양시 창릉·용두·화전동 일대 813만㎡(246만평)규모로 전체의 97.7%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창릉지구는 바로 인근에 이미 조성된 화정·삼송·원흥·향동지구 등의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어 향후 수도권 서북부의 ‘메머드급’ 신도시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곳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서는 것이다. 국토부는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2.7배인 135만㎡(41만평, 가용면적 40%)를 ‘자족용지’로 조성하고 330만㎡(100만평) 규모를 공원·녹지 및 호수공원으로 만든다. 기업성장지원센터를 건설하고 창업지원주택과 중기근로자 주택을 배치할 예정이다.

대장지구에는 부천시 대장·오정·원종동 일대 343㎡에 2만가구를 공급한다.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1.4배인 68만㎡(20만평, 가용면적 39%)를 자족용지로 꾸미고 100만㎡(30만평)은 공원으로 조성해 30만㎡ 규모의 멀티스포츠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기업지원허브와 창업주택을 건설해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새로 지정된 신도시는 2020년 지구 지정과 2021년 지구 계획 등을 거쳐 2022년부터 분양한다.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 인근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은 앞으로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또 서울시처럼 신도시급 택지 공간이 부족한 지역은 주택 200~1000여채를 지울 수 있는 중소 규모로 개발된다. 서울에서는 사당역 복합환승센터(1200가구),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및 창업·문화산업단지(500가구) 등이 지하철역 복합개발을 통한 방식으로 택지가 공급된다.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R&D)센터 주차장 부지(200가구), 중랑구 망우동 공영주차장(1500가구)도 택지로 활용되고, 영등포구 대방동 노후 군부지(1000가구)와 관악구 군 관사 2곳(1200가구)과 동작구 사당4동 주민 센터도 택지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신규 주택 공급물량은 이번 3차 1만 가구를 포함해 총 4만가구로 늘었다. 이밖에 국토부는 경기 안산 장상(221만㎡), 용인 구성역(276만㎡), 안산 신길2(75만㎡), 수원 당수2지구(69만㎡)에도 공공택지를 조성해 4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두 달 앞당겨 추진한 대책, 부작용도 우려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30만 채 건설계획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당초 정부는 상반기(1∼6월) 중 추가 신도시 대책을 내놓기로 했었다. 6월 말에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두 달 가까이 앞당겼다. 최근 일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소폭 오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 공급 기대가 형성되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세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들이 단기간에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신도시로 선정되면 대규모 물량 공급에 따라 단기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고 3기 신도시 인근 지역, 특히 미분양과 주택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대책이 나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 선고”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고양시의 추가 신도시 지정은 일산 주민에게는 사실상 사망 선고”라며 “일산을 기업 유치가 가능한 자족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하루 만에 7900여 명이 참여했다. 일산 지역 부동산카페인 ‘일산 아지매’를 비롯해 창릉 신도시 반대운동을 시작한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는 3기 신도기 반대 촛불집회를 준비 중인 ‘파주시 운정 신도시 연합회’와 연합해 공동대응에 나서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3기 신도시를 우려하는 글들이 하루 사이 100여 건이 올라온 가운데 댓글에도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상승기에도 집값 상승률이 부진해 비교적 불만이 컸던 일산 주민들의 원성이다.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도 고양 창릉지구 개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천 대장지구의 경우에는 서울 마곡과 인천 계양, 검단도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천 대장 지구에 인접한 인천 검단지구 역시 ‘3기 신도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검단주민총연합회 측은 “검단신도시가 지난해에야 첫 삽을 떴는데 앞으로 미분양의 늪에 빠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생활 인프라 개선으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는 주민도 많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사는 김 모씨(38)는 “대곡역에 GTX-A 노선이 들어올 예정이고 기존 3호선 화정역 외에 새로 만드는 고양선 신설역까지 생기면 배차 간격도 빨라지고 서울로 이동하기 편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집 사지 말고 신규 분양을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지구 모두 서울 접경지역이라 서울 강북권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번 대책에 서울, 특히 강남권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택지 공급은 없는데다, 경기도 공급물량은 실제 분양까진 5~6년이 더 걸릴 수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