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엔 추억, 젊은 세대엔 복고풍…이제 세계 무대까지

최근 소주 가격 인상 소식과 함께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지만, 한편에선 점점 다채로워지는 소주 제품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여러 주류 업체가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운 소주를 잇따라 출시했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며 한국 술 소주의 세계화도 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소주 '일품진로 1924' 등이 2019 몽드셀렉션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추억 되살리고 의미 담아

최근 하이트진로는 이른바 ‘진로 두꺼비 소주’를 재탄생시켰다. 중년층의 추억을 되살리고, 젊은 세대에서 유행인 복고풍을 반영해 1970~1980년대 모습을 최대한 재현했다. 과거 그대로 라벨에 푸른색 계열을 입혔고, 병도 투명한 스카이블루 색상을 적용했다. 상품명은 한자를 포함해 ‘眞露(진로)’로 표기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뉴트로 제품은 95년 전통의 하이트진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이라며 ”20대에게도 신선함과 새로운 주류문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변형한 점도 있다. 뚜껑의 경우 과거처럼 흰색을 입혔지만 이용이 편리하도록 트위스트캡을 적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젊은 세대들이 깔끔한 맛의 저도수를 선호함에 따라 16.9도로 개발했다.

소주의 원조 격인 옛 진로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 제품은 지난 25일 첫 출고됐다. 병(360㎖)으로만 출시되며 전국 주요 상권의 업소 및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하이트진로측은 "대표적 소주 브랜드로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좋은데이’로 잘 알려진 무학은 도수를 되레 높인 ‘담금용 소주’를 내놨다. 지난달 29일 무학은 알코올 도수 25%의 '딱 좋은데이 25(1.8ℓ)'와 알코올 도수 30%의 ‘딱 좋은데이 30(1.8ℓ,3.6ℓ,5ℓ)’ 두 종류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과일이나 약초들을 담기 적합하다는 게 무학측의 설명이다. 과실주에 특화된 소주임을 알리기 위해 디자인도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과일로 채웠다. 무학은 담금용 수주에 어울리는 과일과 약재를 이용한 '담금주 레시피'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무학은 또 틈새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같은 시기 장례식장 전용 소주를 출시했다. 추모의 의미를 담은 장례식장 소주 '우리가 함께 했던 좋은데이'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떠나간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애도의 뜻을 담은 게 특징이다. 장례식장에서 고인과 함께 했던 좋은 나날들을 기억하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도록 라벨에 조화(弔花)인 국화꽃을 삽입하고, 고인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도록 흰색의 배경과 왕관을 입혔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장례식장 소주를 제조하는 곳은 무학과 대선주조 두 곳이 됐다. 앞서 대선주조는 지난 3월 장례식장 전용으로 사용되는 대선소주를 출시했다.

장례식 시장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소주 시장에 위트나 재치의 요소가 더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남과 다른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경로로 소비자에 접근함으로써 인지도 제고와 친숙함을 더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로 뻗는 소주

이처럼 다양화 된 소주는 하이트진로 등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 소주 '일품진로 1924'와 '일품진로 18년산'은 최근 '2019 몽드셀렉션'에서 증류주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몽드셀렉션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국제주류품평회다. 영국 런던의 국제주류품평회(IWSC),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국제주류품평회(SWSC)와 함께 세계 3대 주류품평회로 알려져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품진로가 7년 연속 소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일품진로 1924와 일품진로 18년산이 수상 기록을 잇게 됐다”며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 일품진로의 품질력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한 것”고 밝혔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이트진로는 소주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수출 전용 '자두에이슬'을 출시, 8개월 만에 150만병 판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엔 수출 전용 ‘딸기에이슬’을 선보였다.

딸기에이슬은 동남아에서 한국산 딸기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현지 요청에 따라 수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딸기에이슬 초도수출량은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 태국, 프랑스 등 18개국 42만병이다. 이는 자두에이슬 초도수출량 21만병보다 2배 이상 늘린 수준이다.

하이트진로뿐 아니라 여러 업체가 소주 수출에 분주하다. 특히 과일 맛 소주는 북미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3월 미국 수출용 '순하리'의 용량을 기존 360㎖에서 750㎖로 2배 이상 늘렸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순하리’는 미국에서 2018년 기준으로 전년비 4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기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무학 역시 지난해 미국에 68만7000병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석류, 블루베리, 자몽, 복숭아 등 좋은데이 컬러시리즈의 수출량이 46만6000병으로, 일반 소주의 약 2배에 달한다.

대선주조도 지난해 12월부터 캐나에 알코올 도수 16.9도의 360㎖ 제품을 2만4000병을 수출한 데 이어 최근 물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현지의 뜨거운 반응에 2만4000병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주의 세계화가 국내 수출 규모를 늘리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과일 맛 소주 수출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북미와 동남아를 비롯한 4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선호하는 과일과 그 특성을 분석한 게 주요한 요소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나라마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공략한다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