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사의·경영권 분쟁 '파열음'

지난 3월 신규 저비용항공사(LCC)로 선정된 에어프레미아의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하는 등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내주면서 사업계획서의 철저한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라고 강조한 만큼 에어프레미아가 면허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종철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오전 등기우편을 통해 대표이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대표는 사직서에서 “본인이 뜻했던 항공사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며 “이에 따른 모든 법적 조치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에어프레미아의 내부 갈등은 지난달 이사회가 김 대표 외에 심주엽 이사를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은 김 대표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심 이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김종철 대표이사 해임안도 상정됐지만 부결됐다. 김 대표는 사업 준비 과정에서 여러 이사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일부 이사진이 김 대표의 해임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사회는 지난달 김 대표와 함께 심 이사를 대표이사로 추가선임하면서 2인 각자 대표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에어프레미아측은 변호사 출신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심 대표가 향후 투자 유치와 시스템 경영 부문을 맡고, 제주항공 대표 출신인 김 대표가 운항과 영업부문을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철 대표는 그동안 에어프레미아가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받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맥킨지 출신의 경영전략전문가이자 항공전문가로 지난 2009~2012년 제주항공 사장으로 재직해 당시 제주항공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기업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경영능력을 내세우며 에어프레미아 설립을 주도했고, 중장거리 노선 특화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는 김 대표가 주도적으로 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항공기 도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다수의 이사와 이견이 생겨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이사회가 김 대표 해임까지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심 대표이사는 변호사 출신의 에어프레미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투자한 투자자다. 현재 모바일 액세서리 도매업체 서울리거의 최대주주를 맡고 있는 등 투자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투자 모집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인 김 대표는 심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반대의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 대표의 사임이 항공 면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사업법 7조에 따르면 국내 또는 국제항공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국토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면 변경면허 또는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로 임명된 대표이사는 당국으로부터 경영진 자격 검증을 받고 대표 변경에 따른 사업 계획 조정 여부에 대해서도 재심사받아야 한다. 당국이 깐깐한 면허 심사 기조를 견지하고 면허 정지나 취소까지 운운하고 있어 신생 항공사들이 어렵게 발급받은 면허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면허 취소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측은 “김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고, “대표 변경에 따른 변경 면허신청서를 5월 중에 국토부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에어프레미아의 내홍에 초기 투자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승인절차에 앞서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금 150억원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했고 2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받았다. 사모펀드운영사(PE)와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를 진행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3월 에어프레미아를 포함해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등 신규 LCC 3곳에 면허를 내줬다. 이때 국토부는 면허 발급이 국토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철저한 이행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라고 못 박았다. 에어프레미아는 ‘1년내 운항증명(AOC) 신청 및 2년내 취항’의 조건부 면허를 받는데 성공했다. 운항증명 절차가 남았고 항공기 도입 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토부의 관리 감독 아래 본격적인 사업 개시를 위한 준비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앞서 또 다른 신생 LCC항공사인 에어로케이도 대표이사 변경을 시도했다가 해명을 하기도 했다.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지난달 면허를 발급받은 지 일주일 만에 국토부에 대표이사 변경을 신청했다. 에어로케이 최대주주인 사모투자회사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이민주 대표 측 인사로 대표이사를 변경할 계획이었다. 2016년 에어로케이를 설립한 뒤 4년 간 고생한 결과 재수 끝에 항공사업면허를 발급받아낸 현 강병호 대표가 교체될 뻔한 것이다. 국토부는 강 대표의 사업 역량을 인정한데다 최대주주가 면허 발급 직후 대표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에어로케이는 뒤늦게 현 대표체제 유지를 공식화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