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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장비 쓰지 마라” 압박강도 높히는 미국

미·중 무역전쟁 점입가경…"당분간 갈등봉합 힘들 듯"
  • 중국 상하이 나징둥루에 있는 화웨이 매장. (사진=연합뉴스)
관세 전쟁에 이어,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중국 드론업체 DJI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들을 타깃으로 해 압박을 가했다. 미국 정부는 비공개 채널로 한국 정부에 화웨이 5G(네트워크) 장비를 쓰지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첨단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를 통상 보복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또 한 번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를 굴복시키기 위해 소비재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관세전쟁이 희토류·드론으로 확대

관세폭탄이 비관세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희토류와 드론이 그 대상이다. 시 주석은 21일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위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 진리(金力)영구자석과기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지난 10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결렬된 이후 시 주석이 희토류 업체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희토류는 가장 강력한 대미 보복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해 고통을 준 경험도 있다.

희토류는 미국 산업 기술의 핵심 원재료이자 미 국방 시스템 장비에서도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 광물질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열을 잘 전달해 휴대전화, 반도체, 전기 자동차 등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폭탄, 표적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전투기 엔진 등 수많은 방어망 체계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중국은 지난해 희토류 세계 생산량의 72%인 12만t의 희토류를 채굴해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다. 미국도 1만 5000t(9%)을 채굴한 3위 생산국이지만 희토류를 일반 광물에서 분리·추출하는 비용 등을 고려해 대부분 이를 수입하고 있으며, 전체 희토류 수입의 3분의 2가량을 중국에 의존한다.

하지만 희토류 카드가 미국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매장량(37.8%)이 가장 많지만 미국(15%) ,독립국가연합(21%) 등도 상당량을 갖고 있다.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텍사스주 혼도에 희토류 분리·추출 공장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공장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희토류 공급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이 중국산 드론의 위험성을 미국 기업들에게 경고했다고 전했다. 드론이 수집한 자료가 사용자도 모르게 중국 기업에 넘어가고, 이 기업이 중국 정부에게 이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고문에 특정 제품명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드론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는 DJI의 절대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CISA가 가리키는 중국산 드론은 DJI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패권 경쟁뿐만 아니라 ‘안보’가 핵심

미중 무역 전쟁의 본질인 ‘패권경쟁’은 안보의 문제와도 직결되어있다. 첨단기술은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자율주행자 등과 이런 기술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는 상업적은 물론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미·중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때 중국 측이 미국산 기술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 즉, 기술 탈취는 곧 안보의 문제다. 중국은 글로벌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 지배적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 ‘중국 제조 2025’가 그 예다. 2025년까지 첨단산업 부문에서 70%의 자급력을 이루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글로벌 마켓을 지배한다는 포부를 품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지만 가능성은 높다. 중국에선 규제기관과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명목상 민간업체인 화웨이를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회사들이 사실상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의 통제를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세 전면전은 올해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양측 모두 합의할 만큼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라며 “중국 내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1840년대 중국이 서방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중국 인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쉽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긴 어렵다”며 “결국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다운 봉합을 12월쯤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패권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양국 정상이 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식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아졌고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위험은 커졌다고 진단했다.

장옌셩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 연구위원은 “중국과 미국은 2035년까지 '싸움과 대화'의 순환에 갇혀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23일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장 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2021년에서 2025년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미중) 양측은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시험하고, 무역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오판을 쉽게 저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위원은 2026년부터 2035년 사이에 미국과 중국이 ‘비이성적 대립’ 단계에서 '합리적 협력'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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