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AI·시스템반도체 등 신 성장동력 시장 선점 ‘총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세대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시장 선점을 위한 고삐를 틀어쥐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었던 휴대전화 단말기, 가전, 메모리 반도체 등 제조업의 한계를 뛰어 넘겠다는 각오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의 생산 기반을 마련해 사업 층위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선봉에서 현장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네 번째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했다. 일본 도쿄를 방문한 그는 일본 주요 통신사를 만나 5G 사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5G 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까지 나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17일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현지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 2위 KDDI 본사를 방문해 각 경영진들과 5G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0년 일본 5G 상용화를 대비해 5G 조기 확산과 통신망 안착을 위한 상호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을 5G 원년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NTT 도코모, KDDI와 협력을 통해 일본 5G 이동통신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일본에서 갤럭시의 시장 점유율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갤럭시 쇼케이스 (Showcase) 중 최대 규모인 ‘갤럭시 하라주쿠’를 개관하고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일본 통신·전자기기 종합회사 NEC와 5G 장비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를 한 바 있다.

일본의 5G 상용화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2012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첫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가 출시된 2014년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2015년에는 3% 대로 고꾸라졌다.

중국 업체의 약진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중국 화웨이 점유율은 애플(54.2%), 샤프(9.8%)에 이은 9.0%로 집계됐다. 삼성(3.6%) 보다 5.4%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5G 를 반드시 선점해야 시장 점유율 반등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5G 이동통신 기반을 구축하면, 자연스럽게 단말기 판매가 따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까지 날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 중국, 인도, 베트남, 일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열두 차례에 걸쳐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재용 회장의 행선지를 짚어보면 삼성전자가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의 방향성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조업 한계 넘는다

먼저 통신 장비 및 5G 판매 확대를 염두해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 최고 갑부 기업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 딸과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에 4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5G 관련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차세대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데 이어 UAE 아부다비에서 무하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왕의 동생)를 만나 5G 및 IT 미래사업과 관련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과 시스템 반도체도 공을 들이는 분야다. 이재용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석방된 직후인 3~4월 북미와 유럽을 돌며 AI 연구 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에 인공지능 연구거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삼성전자가 추구할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비전을 밝혔고, 한 달여 후에는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알렸다.

또 지난 22일에는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찾아, 30분 간 대화를 나눴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 첫 일정이 이재용 부회장과의 면담이었다.

원래 비공개 일정이었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부시 전 대통령의 호텔을 찾은 게 언론에 노출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물었고,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한 중장기 산업구조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둔화 추이는 불가피한 흐름이 됐지만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을 가속시키면 둔화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역시 주력사업인 반도체·스마트폰ㅌㅕㅍV 및 생활가전 등은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김현석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담당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5GㅌㅕㄶI·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 초격차를 전 분야로 늘리려는 포석을 다지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등의 성장 동력 확보 여부에 따라 기존 제조 사업의 존폐까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는 것도 모두 생존을 위한 ‘영업’이다 ”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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