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경제·사회적 가치 모두 잡을 것”

5월 27일 SK이노베이션 출입기자 간단회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행복한 미래를 위한 독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E모빌리티(소형 전기 이동수단)와 에너지 솔루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취임 후 2년 만에 한 단계 더 높은 경영 전략을 내놓으며 ‘독한 혁신’을 예고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 중심의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배터리 관련 수직계열화로 전방위 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바스(BaaS·Battery as a Service·배터리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전략)’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바스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 관련 수리나 렌털, 재활용 등의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어 김 사장은 “2025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위 업체로 진입하기 위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경쟁사와의 차이를 벌려나갈 것”이라며 “현재 430GWh인 배터리 수주잔고를 2025년 기준 700GWh로 확대하고,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100GWh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E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수요처인 전기차 외에 항공, 해양, 산업용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배터리 사업 확장의 다른 축인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도 본격 진출하기 위해 배터리를 개발하고 가상발전소(VPP),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에너지 저장 등의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준 사장은 이날 ‘행복한 미래를 위한 독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생태계 전체가 공존할 오아시스를 파는 ‘아프리카 초원 전략’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신규 사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유가 등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해 독한 혁신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초원 전략은 김 사장이 2017년 5월 3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김 사장은 당시 “이제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만큼 생존을 넘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아프리카 초원’으로 우리 전쟁터를 옮겨볼까 한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전임 대표이사인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15년 짧은 호황기(여름) 뒤에 긴 침체기(겨울)가 오는 정유업종의 경영 상황을 빗대 쓴 표현이다.

이어 김 사장은 “독한 혁신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업이 아프리카 초원에 안착해 생태계가 행복하게 공존할 오아시스를 파는 것이며, 이것이 SK이노베이션이 경제적가치(EV)와 사회적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또 “딥체인지(근본적 혁신) 2.0의 핵심인 글로벌과 기술 중심의 전사 경영 전략에 친환경 사업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그린 이니셔티브(Green Initiative)’를 추가해 3대 성장 전략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소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화학 사업의 패키징ㆍ오토모티브 분야 다운스트림(정제된 원유 등을 판매하는 단계) 확장 ▲중국의 연화일체화(정유와 석유화학을 결합하는 사업) 참여 ▲석유사업의 VRDS(감압 잔사유 탈황설비)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ㆍ소재ㆍ화학 등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이들 사업의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60%로 키우기로 했다.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 폴란드 외에 추가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연 25억㎡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3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 배터리분리막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FCW는 조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 만큼 폴더블 스마트폰 외 TV,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으로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화학 사업에서 패키징 분야는 인수한 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사업을 포함해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하고, 오토모티브 사업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전기차 확산과 경량화 추세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업체와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기반 고부가 제품군의 이익비중을 현재 4%에서 2025년까지 19%까지 5배 늘릴 계획”이라며 “글로벌 영업이익 비중을 현재 24%에서 2025년까지 61%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주력사업인 석유와 윤활유 사업도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석유사업은 글로벌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 그린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아울렛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핵심자산인 주유소를 공유인프라화하는 플랫폼 사업, 시황예측 강화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운영 및 트레이딩 최적화, 친환경 제품 공급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 초원형 BM혁신’을 완성해 나가기로 했다.

윤활유사업은 기술 역량을 활용해 향후 전기차용 윤활유 등 차세대 제품 개발을 선도하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석유개발사업은 중국, 베트남 중심의 아시아와 셰일오일의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을 비롯해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노재석 SK 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과 윤예선 배터리 사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