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맥주 과세 역차별 해소…주류 과세체계 개편

국산맥주도 수입맥주처럼 ‘4캔 1만원’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캔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기존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세법개정안이 9월 초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소주나 과실주 등의 주종은 종가세 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턱을 넘으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5일 당정 협의에서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우선 맥주와 막걸리에 대해서 알코올과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기로 하고 국산과 수입 구별 없이 맥주와 막걸리의 종량세율을 ℓ당 각각 830.3원과 41.7원으로 정했다.
맥주·막걸리 세금, 종가제→종량제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맥주는 1리터당 830.3원, 막걸리는 41.7원씩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이를 제외한 소주나 과실주 등의 주종은 출고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은 그간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예상 이윤이 포함된 출고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예상이윤을 제외하고, 수입신고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국산 업체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맥주는 1리터 당 평균 848원의 주세를 냈으나, 수입 맥주는 1리터 당 평균 709원을 부담했다. 수입 맥주가 ‘4캔 1만원’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수입 맥주는 2015년 8.5%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0.2%까지 끌어올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종가세 체계에서는 고품질 주류 개발과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과 수입 주류와 국산 주류 간 과세표준 차이가 과세 불형평성을 낳는다는 지적을 반영했다”며 “이번과 같이 주류 과세체계를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이전부터 검토돼 왔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당초에는 소주와 맥주를 비롯한 모든 주종을 대상으로 종량세 전환을 검토했었다”면서 “하지만 50여년을 이어온 주류 시장·산업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도 있기에, 이를 존중해 맥주와 탁주 두 주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종량세로 전환을 이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세율이 이와 같이 정해진 배경은 세수 효과를 중립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다. 당정은 지난 2017~2018년의 세율 평균을 적용했다. 제품 출고량을 주세액으로 나누는 방식의 산출 근거를 제시했다. 맥주의 경우 지난 2년간 출고량이 387만4000㎘, 주세액이 3조2170억원이므로 리터 당 830.3원이 산출됐다. 막걸리도 93만2000/388억8000만원으로 리터 당 41.7원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로써 병맥주의 세부담은 기존 리터 당 1277원에서 1300원으로 1.8% 오른다. 페트병 맥주는 1260에서 1299원으로 3.1% 오른다. 생맥주의 경우 기존 815원에서 1260원으로 54.6% 올라 상승폭이 가장 크다. 반면 캔맥주는 1758원에서 1343원으로 23.6%가량 하락한다.

정부는 수제맥주 등에 대해서는 종량세 전환에 따른 적응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까닭에서다. 이에 생맥주 세율은 2020년부터 2년 동안 리터 당 830.3원에서 20% 낮춘 664.2원이 적용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담의 중립성 유지를 중요시 한 만큼 이 같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국내 맥주의 세부담은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출고가가 함께 내려가면 국산 캔맥주도 4캔 1만원 판매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입 맥주의 경우 세부담이 다소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매가가 오르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들 맥주의 약 40%를 국내 맥주 업체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세율 5%에서 리터 당 41.7원으로 세금이 결정된 막걸리는 다양한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막걸리의 경우 국내 쌀 사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품질 국내산 원료 사용 활성화가 이뤄짐으로써 고품질 주류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주 등은 종가세 유지

소주와 위스키 및 보드카 등은 기존대로 종가세 방식이 유지된다. 50년간 이 같은 체계가 형성된 시장구조를 감안했다는 게 당정의 말이다. 약주와 청주, 과실주 및 와인 등도 마찬가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부 증류주 업체가 종량세 전환에 찬성하긴 했으나, 전반적인 의견을 고려했다”며 “전환 여건이 성숙된 맥주와 막걸리를 우선 종량제 전환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정은 이들 주종에 대한 과세체계도 언젠가는 개편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맥주와 탁주 전환 효과 및 음주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등을 본 후 소주와 위스키 등의 세재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종량세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종량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맥주와 탁주의 세율에는 물가연동제가 함께 도입될 전망이다. 종가세를 유지한 주종과의 과세 형평을 고려해서다. 세율을 매년 물가에 연동, 조정하는 이 제도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2021년부터 연 1회씩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은 9월 초쯤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