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미래 투자는 흔들림 없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출처=삼성전자 블라인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말인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1분기 실적 둔화의 원인이었던 DS(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열어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투자·채용 계획 등을 챙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하락세와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위기경영’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과 각종 투자 등을 직접 챙기며 신속하게 전략을 수립하면서 경영 속도를 높이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어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은 구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4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회의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회의에서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되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작년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올해 공개한 ‘133조원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등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부진·무역전쟁 경영위협요인 '긴급 점검'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3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6년 3분기 후 10분기 만에 최저 기록이다.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3% 줄었고, 디스플레이는 5600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둔화의 주 원인을 제공했다. D램 값은 올들어 5월까지 48.3%(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 기준)나 급락했다. 2016년 9월(3.31달러) 이후 처음으로 3달러대로 추락했다. 증권가는 2분기도 실적 회복은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DS부문을 챙기며 전략을 점검·수립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과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경영진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함에 따라 관련 R&D와 투자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발표한 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 등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신기술과 신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선두 도약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은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경기도 수원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 참석을 시작으로 IM 및 DS 부문 간담회 등 내부 사업을 점검했다. 2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고,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났다. 4월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격려하기도 했다. 최근엔 일본 도쿄에서 현지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과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22일엔 방한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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