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에 회장 선임·퇴직금 적법성 관련 소송 제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 회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에 이어 글로벌 항공업계의 주요 정책과 전략을 정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Board of Governors)으로 선출됐다. 한진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처음 나선 국제무대에서 데뷔를 하면서 회장으로서 입지를 조금씩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조 회장은 이날 가족 간 상속 문제와 관련해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대주주인 KCG1가 3개월 만에 조 회장의 선임과 관련 적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며 재공세에 나섰다.

지난 2일 IATA는 서울 코엑스에서 제75차 연차총회를 열고 조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사장을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출했다. 3일까지 공식일정을 진행하는 IATA 연차총회에는 사상 처음 서울에서 열렸다. 고 조 회장을 대신해 조원태 회장이 의장직을 맡았다. 이날 개막식은 120여개국 290여개 항공사 등 항공관계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 회장은 새로운 집행위원 13명 중 한 명으로 선출돼 앞으로 글로벌 주요 항공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989년 1월 국적항공사 최초로 IATA에 가입했지만 고 조 회장이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에 선출된 것은 7년 만인 1996년이다.

아버지를 대신해 IATA 서울 총회의 의장을 맡은 조 회장은 “이번 총회가 항공업계에 다가올 여러 기회와 위기·도전들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총회는 주요 의제로 향후 20년간 두 배 이상 증가가 예상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글로벌 항공사들의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확장에 따른 항공사의 디지털화와 인프라 수용능력, 지속가능성과 미래 항공인력 육성을 중요 내용으로 다룬다. 오는 2020년부터 항공사들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감축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이번 총회에 앞서 KLM네덜란드항공은 내년부터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항공기를 운항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IATA는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고의 항공 관련 국제협력기구다. 특히 국제항공업계의 정책 개발과 규제개선, 업무 표준화 등 항공산업 발전 및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고 조 회장의 적극적인 민간 외교가 사상 처음 서울에서 총회가 개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항공업계의 거물들이 한곳에 모이기 때문에 총회 개최국은 항공과 관광 인프라 확장과 홍보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날 조 회장은 폐막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하면서도 그룹 상속 및 경영권 방어 등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특히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와의 대립에 대해선 “KCGI는 한진칼 대주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KCGI 측과 접촉이 있었는지 묻자 “최근 저나 회사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접촉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거지 그 이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경영 방향과 관련해 “저비용항공(LCC)의 치열한 경쟁을 간과하기 어렵다. 좀 더 과감한 전략으로 대응해나가겠다”며 공격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항공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항공기 와이파이 서비스 현대화와 일부 항공기에서 퍼스트클래스를 없애는 등의 서비스 간소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노동환경 문제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검사인 선임 소송을 냈다고 공시했다. 소송 내용은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회장’ 선임과 고(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 과정을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KCGI는 한진칼의 2대주주다. 지난해 9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뒤 꾸준한 지분 확보를 통해 현재 15.98%까지 확보한 상태다. 단일 주주로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17.84%)의 지분 격차가 2%포인트에 불과하다. KCGI는 일단 지난 4월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 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돼 결의됐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을 직권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위로급 지급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절차를 따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 대로 퇴직금과 위로급을 지급했다면 그 액수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해당 소송을 (주)한진에게도 제기했다. 고(故)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위로금이 가족들 경영권 상속세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주시한 것이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