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88포인트(0.04%) 내린 2,066.97로 장을 마친 4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원/달러 환율 0.7원 오른 1,182.8원 마감. 연합

저가 메리트로 인해 주중 주가 상승

지난주(5/31~6/6) 주식시장은 비교적 크게 상승했다. 코스피가 30.3포인트, 코스닥도 18.3포인트나 올랐다. 주초에는 미국 시장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장이 오른 반면 주 중반에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5월 한달 동안 주요국 시장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데다 코스피 2000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하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 반면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로 상황이 좋지 않아 상승도 한계가 있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에 근접함에 따라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배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순자산배율(PBR) 역시 0.9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PBR 1.0배가 지지선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와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시장 움직임을 2011~2016년 에 있었던 박스권의 연장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경우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까지 주가 상승은 반도체 호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박스권을 벗어난 게 되는데 지금은 그 힘이 약해지면서 다시 원래 흐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3일에는 3% 넘는 상승률을 기록함으로써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화웨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심해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거라는 기대가 커진 결과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IT주식 외에는 여전히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강했다.

외국인이 1416억원, 기관투자가가 474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액수가 크지 않지만 시장 거래량도 작아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수가 몰리는 날에 주가 변동이 특히 심했다. 외국인이나 기관 모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매매에 몰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매수 후 장기 보유로 전략을 수정한 때문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미국주식시장 크게 상승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게 원인이었다. 1990년대 그린스펀 의장이 재직하던 당시 연준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보험성 금리인하’를 했다고 얘기했는데 이 발언이 4일 2% 넘게 주가가 오르는 계기가 됐다.

지난주 상승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4월 30일 이후 계속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하락을 끝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도 달라졌는데 지난 주를 기점으로 미국 시장이 다시 금리의 영향권내로 들어갔다. 사실 금리만 보면 5월 한달 동안 미국 시장이 하락한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7%까지 떨어져 연초 이후 0.6%p나 낮아졌지만 한달 내내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금리 하락은 단기보다 중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1년 이하 금리는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하락폭이 작은 반면 5년 이상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이 컸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두 번째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이번은 연초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당시는 금리 역전이 열흘을 넘기지 않고 정상화된 반면 지금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 곡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경기 반등 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3.1%를 기록했다. 5월 실업률은 3.6%로 하락했다. 유례 없이 높은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려면 경제 변수를 통한 논리적 타당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금리를 인하해도 과거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듯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주식시장에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10년동안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을 끌고 가는 힘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금리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동안 주가가 상승한 건 낮은 금리와 함께 경기의 역할이 컸다. 낮은 금리와 경기 회복이 맞물릴 경우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둘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작년 말이 대표적인 예인데 성장률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이 발목을 잡아 주가가 한꺼번에 20% 이상 하락했다.

앞으로는 금리보다 경기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가 주가에 더 중요하다.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2분기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3%까지 후퇴했다.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금리 인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금리 인하가 거론되는 순간 잠깐 오르는 것 외에 특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 시장은 이미 금리의 영향이 끝나고 경기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2% 밑으로 내려오는 동안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했는데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결과다.

지난 4월에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다시 하락함으로써 미국시장에는 2년 사이에 3개의 고점이 만들어졌다. 고점을 기록했던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를 넘기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아직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국내외 주식시장 모두에서 반전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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