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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제국 꿈꾸는 CJ]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 이재현의 문화 뚝심

1995년 이후 영화 320여편 7조5000억원 투자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 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목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95년 처음으로 문화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다. 그는 문화 콘텐츠가 문화를 넘어 음식, 쇼핑 등 다른 산업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CJ는 이때부터 현재까지 320편이 넘는 한국 영화를 꾸준히 투자?배급해왔다. 그간 문화 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7조5000억원이 넘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의 목표는 현실화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수상의 노력 뒤에는 오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 산업의 성장을 위해 20년 넘게 투자를 이어온 CJ그룹과 이 회장의 지속적인 노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 상무로 재직하던 당시, 신생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드림웍스에 투자 계약을 하러 가면서 ‘문화의 산업화’라는 비전을 밝혔다. 제일제당이 그동안 국민의 입을 즐겁게 해왔다면 앞으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비즈니스로 확장시켜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영화 투자·제작을 근간으로 극장, 콘텐츠 투자, 방송사 등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게펜 등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들이 함께 만든 드림웍스는 총 투자금 10억 달러 가운데 30%의 지분을 투자받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이에 제일제당은 3억 달러(3000억원)를 투자하는 대주주로 참여했다. 드림웍스 투자를 통해 CJ는 배당금 외에도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보유하게 됐고 영화 배급, 마케팅, 관리, 영상 관련 기술 등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투자를 결정했을 때 제일제당의 연간 매출액은 1조3000억원이었다. 드림웍스 투자액 3억 달러는 제일제당의 연간 매출액의 20%가 넘는 규모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문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회장은 투자를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이후 CJ는 IMF 시기인 1998년 4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강변11’을 오픈, 영화산업의 일대 전환기를 불러왔다.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CGV강변11의 개관 첫 해 관객수는 350만 명에 달했다. 객석 점유율은 평일 38~41%, 주말 77~80%로, 당시 서울 시내 개봉관의 평균 객석 점유율이 평일 15%, 주말 45%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앞서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CJ는 CGV를 본격적으로 확장함으로써 영화 관객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고, 한국 영화 투자 및 배급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 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간 누적 관객은 6년 연속 2억명을 넘겼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밀렸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8년 넘게 50%를 넘고 있다.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인도뿐이다.

CJ는 영화 '기생충'을 포함해 투자배급작 중 총 10편의 영화를 칸 영화제에 진출시켰다. ‘달콤한 인생’(2005년 비경쟁 부문),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표적'(2014년 비경쟁 부문), '아가씨'(2016년 경쟁 부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비경쟁 부문), '공작'(2018년 비경쟁 부문) 등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중에선 칸 영화제 진출 최다 작품 보유 배급사다.

CJ는 영화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 왔다. 대표적인 것은 표준근로계약서 준수, 스태프 4대보험 가입, 초과 근무수당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는 적용 시 전체 제작비가 5~10%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선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CJ는 2013년 표준근로계약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국제시장>이후 모든 영화에 의무화 하고 있다. <기생충>의 경우에도 봉준호 감독이 표준근로계약에 맞춰 작업을 한 것이 수상에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국내 영화 제작사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부율(극장 입장권 수익을 투자·제작사와 영화관이 나누는 비율)을 조정, 한국영화에 대한 제작사와 극장의 부율을 기존 50:50에서 55:45로 변경키로 했다. CJ CGV가 부율 개선에 나선 이후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동참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재능 있는 창작자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이들이 만든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축할 수 있다고 평소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제 이 회장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을 향해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국 소월로에서 열린 ‘CJ 더 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글로벌에서 무궁한 성장 기회를 토대로 생활문화기업의 역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007년 할리우드 영화 <어거스트 러쉬>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던 CJ는 올해도 흥행 중이다. <기생충>이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이전 박찬욱 감독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섰다.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과 영화 제작 논의도 한창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엠지엠(MGM)과 함께 <써니>, <수상한 그녀>의 미국판 ‘Bye Bye Bye’와 ‘Ms. Granny’가 연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지난 20년간 문화사업에 지속 투자를 해온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한국영화 열풍의 토대가 됐다”며 “K컬처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대한민국이 전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데 CJ가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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