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하 기대로 주식시장 2주에 걸쳐 크게 상승

지난주(6/7~6/13) 주식시장은 크게 상승했다. 코스피가 34.0포인트, 코스닥도 18.9포인트 올랐다. 5월말에 이어 2주째 상승이 이어진 것이다. 5월 29일에 2023에서 주가 저점이 만들어졌으니까 거래일수 10일만에 90포인트 넘게 상승한 셈이 된다. 주가가 크게 오른 건 미국 시장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로 미국시장이 연일 상승하자 우리 시장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2890포인트까지 올라왔다. 사상 최고치까지 2%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 시장에 따라 국내 주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주가 상승에 비해 거래 대금은 늘지 않았다. 지난주 일평균 거래대금이 4조6800억원이었는데 주가가 하락했던 5월의 5조3800억보다도 오히려 줄었다. 이같이 거래가 부진함에 따라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의 매매가 한쪽 방향으로 쏠릴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6월 13일까지 기관은 7849억원의 누적 순매수 기록한 반면, 외국인은 14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매규모가 줄어든 건 국제 자금 흐름이 선진국 중심으로 재편돼 신흥국으로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우리는 이익 둔화가 심한 곳이어서 자금 유입이 더욱 더딜 수밖에 없었다.

기관은 주체별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6월 들어 연기금과 투신이 각각 1조2400억과 123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동안 금융투자는 6100억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금융투자의 매도가 외국인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 중심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기관이 5월보다 더 많이 매수한 업종은 반도체, 자동차, IT가전이다. 5월 순매도에서 6월 순매수로 전환한 업종은 건강관리, 건설, 유틸리티, 기계이다. 이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치 쪽에서는 영업이익 개선이 빠른 종목, 성장 쪽에서는 5G 등에 투자

금리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 강도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2012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자. 2012년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연준이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3차 양적 완화를 동시에 실시한 때다. 유례없이 강한 정책을 편 건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3.4% 상승했다. 2016년은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 있고 1년 넘게 또 다른 인상 없이 동결을 유지한 기간이다. 신흥국 위기설에 이어 브렉시트가 발생했지만 영향이 크지 않아 정책 강도가 약했다. 주가 상승률은 8.6%에 그쳤다. 금융정책의 강도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 건데 지금은 정책이 강하지 않다. 1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3.1%였다. 5월 실업률도 3.6%에 그쳤다. 높은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동시에 나타난 건데 과거 어떤 경우도 비슷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다.

경제 상황도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키고 있다. 2011년 6월 우리 기준금리는 3.5%였다.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한 한국은행이 이때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2016년 6월에 1.25%까지 끌어내렸다.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 종합주가지수가 2046이었고 아홉 번 금리를 내린 후에 2017이었다. 경기 둔화로 금리 인하가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아이티(IT) 버블 붕괴 직후인 2000년말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6.5%였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해 1년만에 1.75%를 만들었다. 당시 금리 인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는 인하 폭을 보면 알 수 있다. 10번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중 여덟 번이나 0.5%씩 금리를 내렸다. 지금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봐야 0.25%씩, 그것도 몇 달에 한번 정도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2001년 금리 인하가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2000년말 2400 정도였던 나스닥 지수가 2001년말에 1950으로 후퇴했다. 역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금리인하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종목별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뀔 경우 매출액보다 영업이익률같이 수익성 개선 정도가 큰 기업이 좋다. 기업의 가치를 따져 투자한다면 2분기에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을 선택하는 게 좋다. 그게 아니고 성장주를 택한다면 5G(통신장비), 폐기물처리, 카메라모듈 등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종목들인데 5G가 52%, 폐기물처리가 41%, 카메라모듈이 59% 올랐다.

앞으로 시장이 크게 하락하거나 상승할 경우 성장주가 상승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상승이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성장주 계열에서 마땅히 선택할 종목이 없다. 지금 시장은 이익개선에 대한 확신이 강하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미래 성장성이 중요한데 한번 성장주로 선택되면 시장의 예상보다 많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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