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일본 맥주 매출 뚝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한국 내 반일 정서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48%, ‘현재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45.6%로 비슷했다. ‘향후에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66.8%로 나왔지만, ‘향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6.8%에 그쳤다. 실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국산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일본 기업의 신제품 출시 기자회견이 취소되기도 했다.

‘일본산 맥주’ 급격한 매출 하락

일본 제품 중 가장 극적인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품목은 맥주다. 일본산 맥주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수입 맥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소용돌이에 빠졌다. 지난 10일 이마트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1일부터 9일까지의 일본산 맥주 매출이 직전 주간에 비해 15.6%나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수입 맥주 매출이 17%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이 기간 국산 맥주의 매출은 19.0%나 증가했다.

아사히 맥주는 수입 맥주 시장에서 매출 순위 2위였지만 4위로 떨어졌고, 기린이치방도 7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롯데마트의 1~9일 일본 맥주 매출은 직전 주간 대비 10.2% 감소했다. 국산 맥주는 9.9%나 증가한 매출 추이를 보였다.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다. GS25의 일본 맥주 매출은 직전 주간 대비 21.0% 급감했고, CU에서는 17.5%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이 고스란히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7~8월은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여서 일본 맥주 기업의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퍼지는 가운데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

토종기업은 매출 ‘껑충’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따른 확산된 반일감정의 영향으로 토종기업들의 매출은 상승하고 있다. 볼펜 업체인 모나미는 온라인몰에서만 한 주 만에 문구류 매출이 5배 이상 크게 뛰었다. 지난 10일 모나미 측에 따르면 모나미의 공식 온라인몰의 경우 문구류의 매출이 지난주 대비 553.7%나 증가했다. 일본 문구류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시장이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칼날을 벗어나진 못했다. 모나미 온라인몰의 회원가입 수가 57.6%나 증가하면서 당분간 매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나미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2570원이었던 모나미의 주가는 지난 9일 4300원으로 167.3%나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과열 양상에 주목하며 지난 8일 모나미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모나미는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큰 수혜를 얻은 토종 기업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00% 한국회사인 CU에도 의심의 눈초리

CU나 다이소, 한국코카콜라 등은 일본과의 관련성이 적음에도 일본 기업으로 분류돼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다이소의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된 한국기업이다. 대주주 또한 한국 기업인 아성HMP이다. 일본 대창산업(다이소)이 2대주주로서 3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다이소의 브랜드 로열티가 일본으로 흘러가지 않고 경영권 또한 한국 아성HMP가 갖고 있다. CU는 기존의 훼미리마트 브랜드였지만 2012년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한국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세븐일레븐도 일본 기업 이미지가 있지만 1927년 미국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일본에서 급성장한 회사다. 한국 코카콜라도 글로벌 기업으로 각국에 판매되는 브랜드와 제품의 상품권은 본사가 소유하고 있다.

“일본 자극하면 한국만 피해 커져”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여파로 반일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경련은 지난 10일 ‘일본 경제 제재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에 참석한 권태신 부회장은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 역시 수출제한을 비롯한 통상정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본의 2차, 3차 보복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취소 역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한일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무역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는다면 한국의 GDP는 5.4% 감소하고, 일본은 1.3%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소재 부족이 45%로 확대되면 피해가 급증할텐데, 한국의 GDP가 4.2%, 일본은 0.04% 감소한다”며 “만약 한국이 맞대응하면 한국의 GDP는 5.4%, 일본은 1.3%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원만히 풀기보다 맞대응하면 일본의 경제적 피해보다 한국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일 분쟁에 따른 최대 수혜국은 중국으로 예상됐는데,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무역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정치적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이다. 따라서 맞대응에 따른 확전 전략은 우리가 입는 피해만큼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일 간 공식 외교채널을 통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맞불 전략은 일본 정부에 재보복 조치 명분만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