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무역 보복을 휘두르는 배경에는 급변한 국제 통상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공격적 일방주의와 양자 협상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GATT와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이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같은 지역협정을 활용해온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1:1 양자협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베는 이런 변화를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 동아시아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양자 간 협상의 문제점은 자국의 무역 이익 침해 여부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여부를 해당 국가 스스로 판단해 불공정 무역이라고 제재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힘만 지배할 뿐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8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포럼에서 “한국의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상시적 통상 무기를 이번 기회에 확보하려는 의도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2010년 중국에게 당한 조치의 되갚음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0년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점령에 항의하는 중국인 선장의 구속에 대해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18일 만에 중국에 사과하며 항복했다. 이후 일본은 대 중국 희토류 수입 비중을 낮추며 2~3년 뒤에는 거꾸로 중국의 희토류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수입 다변화의 교훈을 확실히 얻은 것이다.

일본은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이번 수출 규제를 강행한 것은 이미 경제적 계산은 반영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확정할 경우 경제적 계산이 반영됐을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일본은 대(對)한국 무역수지는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규제를 감행했다”며 “원인은 2010~2015년 4년간 한국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이 큰 폭으로 확대됐고, 2018년부터 다시 적자폭이 감소했다. 즉, 일본의 대한국 무역수지가 흑자폭이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그는 “일본이 중국, 사우디와 UAE 등 정작 무역수지 적자국에 제재를 안 하는 이유는 미중 무역 전쟁을 통해, 미국도 고전 중인 중국을 상대로 일본이 보복을 어려울 것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이라 이들을 상대로 무역 분쟁을 일으키는 건 당연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주현웅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