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7/19~7/25)에는 시장간 움직임이 엇갈렸다. 코스피가 7.9포인트 오른 반면 코스닥은 12.7포인트 하락했다. 주가가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일반투자자의 느낌은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시장을 끌고 갔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와는 동떨어진 상승이었다. 25일이 대표적이다. 상승종목이 440개인 반면 하락 종목이 1100개에 달했지만 주가는 7.8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6월 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조원 이상 순매수했는데 시장을 파행적으로 만든 주범이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익이 줄어들지 않은 종목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익의 역할이 줄었다. 큰 폭의 이익 감소가 아닌 한 주가가 별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감익 종목이 워낙 많아 무뎌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현실보다 가능성이 더 영향을 줬다. 조만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이는 업종이 하락했다. 자동차와 조선이 대표적이었다. 자동차는 2분기 실적이 비교적 괜찮고, 최근 원화 동향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이익이 늘어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이 자동차 부품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조선업은 25일 주가가 5% 가까이 하락했다. 6월초까지만 해도 수주 상황이 괜찮을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이 8200억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동안 기관투자자는 943억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 매수는 일간 변동성을 만드는 역할은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하루에 합쳐 2000억 정도의 순매수를 한 날은 주가가 1% 이상 오른 반면 둘이 같이 매도를 할 때에는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선진국 중앙은행, 3차 완화정책 실시. 효과는 미지수

지난주부터 선진국 통화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러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25일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렸고 이번 주에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와 일본의 금융정책조정회의가 열린다. 모든 회의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나올 걸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추가 금융완화에 대한 강한 언급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이미 금리를 인하한 것까지 감안하면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란 동력을 찾을 걸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부터 따지면 이번이 세 번째 완화사이클이다. 1차는 2009년 중반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주역은 미국 연준이었는데 양적 완화 조치를 통해 1조 80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입한 게 계기였다. 당시 주식시장은 선진국 시장이 40%, 신흥국이 105% 상승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해 절대 주가가 낮은 상태여서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크게 후퇴했던 글로벌 경제가 1차 완화 사이클를 계기로 회복국면에 들어간 것도 세계 주식시장 대부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 우리 시장 역시 2010년 말에 이미 사상 최고치 부근에 도달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였었다.

2차 완화 사이클은 2012년부터 2년간 계속됐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와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유럽의 유동성 공급이 맞물린 게 계기였다. 1차와 달리 2차 완화 때에는 지역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달랐다. 선진국은 1차와 마찬가지로 40% 가까운 상승을 기록한 반면 신흥국은 4% 상승에 그쳤다. 우리 시장 역시 1800~2100의 박스권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이 이후 6년동안 계속됐다. 주가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진 건 당시 완화정책이 선진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진행돼 정책 효과가 주로 선진국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신흥국 경제가 둔화된 영향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3차다. 상황만 보면 이전 두 번의 완화 때보다 관심을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차례의 강한 정책으로 이미 금리가 낮은 상태이고 시중에 돈도 많이 풀려 추가로 정책을 편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하다. 주가가 높아 어지간한 완화정책으로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때 주식시장이 보이는 반응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첫 번째 인하가 있기 전까지는 주가가 상승한다.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첫 번째 인하가 있고 나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에 들어간다. 재료가 사라져서인데, 멈칫했던 주가가 추가 인하와 함께 다시 오르기 시작해 금리를 3~4번 내릴 때까지 계속 상승한다. 그 후에는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면서 영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거 패턴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6월초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에 금리를 내린다고 가정하고 2개월전부터 상승을 시작한 것이다. 과거 움직임대로라면 다음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린다 해도 추가 인하에 대한 강한 암시를 주지 않는 한 주가는 소강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금리 인하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금리 인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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