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체인지 SK, 8월부터 임원제 폐기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속도보다 발생하는 속도가 더 빠른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해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가치 측정이 선행돼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이전 개원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CSES는 SK그룹이 150억 원을 출연해 지난해 4월 설립한 비영리연구재단으로 사회적 기업 등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정의하고 화폐 단위로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1년여 동안 인력이 늘면서 이날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다. CSES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공공기관과 사회적 가치 지표를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그룹 내 변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임원제도도 바꿨다.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한다. 이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서다. 주요 그룹 중 임원 직급을 없애는 것은 SK가 처음이다. 이번 임원제도 혁신은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내세운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SK그룹 임원 직급은 1일부터 본부장, 그룹장 등 직책 중심으로 바뀐다. 호칭은 직급이 아닌 직책을 사용한다. ‘○○○ 상무’가 아닌 ‘○○○ IT 담당 본부장’으로 부르는 식이다.

임원 승진 인사도 사라진다. 그동안 전무 및 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따로 인사를 내왔다. 임원 직급이 하나로 묶이면서 앞으로는 전무 및 부사장 승진 인사 발령이 없어진다. SK 내부에서는 임원제도 혁신안을 통해 유연한 조직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번 임원제도 혁신안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서는 “임원 KPI(핵심 성과지표)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라며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리와 권위를 생각하는데 그렇게 꼰대가 되면 성숙도가 떨어진다. 임원부터 꼰대가 되지 말고 희생해야 행복한 공동체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