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이후 재계 총수들이 직접 뛰며 비상경영체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최태원 회장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주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에 따른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계열사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 수출 제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후부터 영향과 대책을 계속 보고받고 대응책 마련을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중순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해법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