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평택 이어 광주行…적진 한복판서 반도체포럼도

일본의 무역보복을 계기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각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직접 점검하는 한편 인재들을 격려하는 등 위기 타개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보란 듯 일본 현지에서 반도체 행사를 계획했다. 대외적 여건이 악화했다지만 이를 기술력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모델들이 흥행을 잇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광주공장을 직접 점검했다.
현장 나선 이재용 “어렵더라도 미래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 20일에는 광주에 직접 내려갔다. 광주공장은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와이셔츠 팔소매를 걷은 채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의 각 생산라인을 꼼꼼히 살폈다. 또한 경영진과 각종 현안 및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한 한편 젊은 인재들을 격려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경제보복 등에 따른 대외적 불확실성에 맞설 돌파구 중 하나로 ‘현장’을 택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김으로써 위기 속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국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분야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광주에서 이 부회장은 “어렵더라도 미래를 위해 지금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공장 방문에는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 강봉구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 이상훈 글로벌운영센터장 부사장, 박병대 한국총괄 부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과 현장을 둘러본 뒤 가전제품의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경영진들에게 ‘제품과 생각의 획기적 변화’를 주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5G, IoT, AI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급변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전통 가전제품에 대한 생각의 한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광주사업장 안에 위치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도 찾았다. 이곳에선 소프트웨어 교육을 참관하고 교육생들과 마주했다. SSAFY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해 글로벌 미래시장을 선도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광주센터의 경우 약 700㎡ 규모에 최첨단 소프트웨어 강의실 4개를 갖춰 총 150명이 교육받고 있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교육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등 청년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에 주력했다. 이 부회장은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IT생태계 저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더욱 커다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 같이 도전하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향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도 각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과 9일 각각 온양·천안 사업장(자동차 전자부품 등 생산)과 평택사업장(메모리반도체 등 생산)을 찾은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등의 ‘최고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진 심장부서 ‘기술력’ 과시

삼성전자는 갖은 위기에 물러섬 없이 대응할 방침이다. 오는 9월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포럼(SFF) 2019 재팬’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도쿄 시나가와 인터시티 홀에서 열리는 해당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현황과 신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사업의 발목이 잡힌 근원지에서 있는 그대로의 기술력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에 돌입한 7나노 EUV 공정과 업계 최초로 개발한 5나노 EUV 공정 등 최신 초미세 공정 로드맵이 이 자리에서 나올 전망이다. 파운드리사업부를 총괄하는 정은승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 업체들과 직접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와 별도로 일본 업체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 정부 간 갈등과 무관하게 기업들은 상호 협력을 바라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포토레지스트 등의 수출이 허가되면서 당분간은 삼성전자 EUV 라인 가동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차질 없이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위기 반전 노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적 여건이 악화할 때마다 줄곧 최대 피해자로 거론돼 온 삼성전자지만 당장의 성과는 눈에 띈다. 갤럭시 모델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동시에 실제로 큰 인기를 끄는 것은 대표적 예다. 이 같은 흐름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특히 지난 9일부터 사전판매에 돌입한 갤럭시노트10은 사전 판매량(20일 기준)이 130만대를 돌파했다. 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전작인 갤노트9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자연히 초기 배정물량 소진의 여파로 ‘추석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갤노트10은 최근 약 70개국에 본격 출시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이어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전역 및 인도, 호주 등지에도 수출될 예정이다. 앞서 부산과 대구, 서울, 대전 광주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갤럭시 팬파티를 진행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혁신 기술을 집대성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