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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창간 55주년 기획]자랑할 건 '가을 하늘'뿐이던 나라서 반도체 자동차 등 연 6000억 달러 '수출 강국'으로

한국 수출 70년…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편집자주] 1964년 주간한국 편집자는 창간 당시 한국은 가을의 ‘파란 하늘’ 외에는 수출할 게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창간호 표지를 가을의 `파란 하늘’로 정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1964년 창간 당시에는 뼈저린 현실이었던 것이다. 2019년 창간 55주년을 맞은 주간한국은 수출 70년 만에 누계 수출 6000억 달러를 돌파한 한국 수출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조감한다. 또, 한국의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어떤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야 하는지 살펴본다.
가을 하늘뿐이던 수출국에서 전기, 전자, 자동차, 조선 수출국으로

광복 직후인 1946년 한국은 오징어와 중석, 단 두 가지만 수출했다. 수출 대상국도 중국과 일본 단 두 곳뿐이었다. 연간 수출액도 350만 달러에 불과했다. 수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던 50~60년대 한국의 수출품은 땅 속과 바다 속에서 찾아낸 자연 광물이나 농수산물이 고작이었다. 광물은 미국에 팔고 수산물은 일본에 팔았다. 1961년 10대 수출품 가운데 철광석ㆍ중석ㆍ무연탄ㆍ흑연 같은 광물이 4개,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은 실)ㆍ오징어ㆍ활선어ㆍ돼지털ㆍ쌀 등 농수산물이 5개였다. 공산품은 합판, 딱 하나뿐이었다.

1960년대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주도형 개발정책이 추진되면서, 수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출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출 정책을 주도했다. 농수산물과 광물 등의 수출은 서서히 감소했다. 반면 합판, 가발, 신발 등 1차 경공업 제품의 수출비중이 20%선에서 80%선으로 향상됐다. 섬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40%까지 차지하며 수출의 중심이 됐다. 그 결과, 1964년 11월 30일 한국의 수출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연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날은 ‘수출의 날’로 지정됐고, 1987년 이름을 ‘무역의 날’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에 드라이브를 건 한국은 1971년 수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1977년 100억 달러의 고지에 올랐다. 서독이 수출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르는 데 11년, 일본이 16년 걸린 것을 한국은 6년 만에 해냈다.

“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1970년대 초중고교와 병영, 예비군 훈련장, 버스터미널 등 공중화장실에 붙었던 안내문이다. 수출할 물품이 변변치 않았던 당시 한국은 한 방울의 소변도 귀했다. 소변에는 ‘유로키나아제’라는 뇌졸중 치료제의 주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유로키나아제 1kg은 2000달러(약 210만원)에 팔렸다.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 본격 시작됐다. 기계, 선박, 철강 등의 중화학 제품들이 수출의 40~50%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공업 제품의 수출은 많은 양을 차지했고 품목은 더욱 다양해졌다. 1973년 섬유제품은 단일 품목으로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또, 자동차와 객차의 수출이 시작됐고, 시멘트의 수출량도 늘어났다. 놀라운 점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수출 품목 다변화와 품목 ‘세대교체’

1980년대 초반까지 주요 수출품은 의류, 신발 등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이었다. 후반부터는 선박과 음향기기,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전자공단 설립 등 적극적이고, 집중적 지원으로 전자제품 산업도 고속 성장 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 전자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1988년에 163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고 최대의 수출 품목이 됐다.

1990년대에는 전자와 자동차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며 수출품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수출 상위 10위권에 반도체, 영상기기, 컴퓨터, 자동차 등이 차지하게 됐다. 전자, 전기,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 제품이 수출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덕분에 수출 1억 달러를 넘어선지 31년 만에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반도체는 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수출품목 1위를 차지했고, 1994년에는 단일품목으로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와 함께 선박은 세계 수주율 1위를 차지했다. CDMA 휴대폰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여 수출시장에서 급부상했다.

반도체를 선두로 첨단소재 수출국으로 2000년대 들어서 ‘기술’을 요하는 품목들이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디스플레이, TV용 LCD, 휴대폰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부가가치 정보기술(IT) 제품인 반도체(15.1%)가 수출 품목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자동차, 휴대폰, 석유화학도 주요 수출 품목에 등극했다.

이 수출품들은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세계 수출시장을 선도했다. 2013년 SITC(표준국제무역분류 3단위 기준) 기준에 따르면 철강(3위), 반도체(4위), 통신장비(4위), 자동차(5위), TV(9위) 등에서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자리했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중소기업까지 수출품목의 다양화를 이뤘다. 2013년 10월의 경우 13대 주력품목 외에 중소수출품목 수출 증가율이 14.2%로 전체 증가율(7.3%)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또, 한류가 유행하면서 한국의 가요 등 대중문화가 수출됐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상품의 영역이 제조업 제품에서 소비재, 문화콘텐츠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 수출도 상승세다. 지난 10년간 서비스 수출은 꾸준히 증가해 총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문화콘텐츠, 패션의류, 식료품, 화장품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1~2015년 연평균 수출증가율이 뷰티제품은 29.2%, 핸드백 및 신발은 17.4%, 패션 의류는 6.8%로 증가했다.

‘한국=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있어서 견인차 역할은 반도체가 맡았다. 1970년 아남반도체가 미국으로 21만 달러를 최초로 수출한 이후 1994년 100억 달러, 2010년 500억 달러, 2014년 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남반도체가 서울 화양동에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1974년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 설립 이후,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가 1983년 12월에 64K DRAM을 개발한 데 이어 1992년 8월에 64M DRAM을 세계최초 국산화함으로써 일본, 미국에 이어 반도체 생산 빅3 국가로 성장했다.

1977년 주력 수출품목 중 9위를 기록한 반도체는 1992년 처음으로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은 이후 26년 동안 총 21번 수출 1위 품목을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은 3억 달러에서 2016년 622억 달러로 연평균 14.7%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서 10.9%로 3배 이상 상승했다. 1994년 반도체 수출(106억 달러)이 100억 달러를 초과하면서 수출 비중도 두 자릿수(11.0%)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다 시스템 반도체도 한국 무역의 흑자를 공고히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70년만 신기록’ 연간 수출 사상 첫 6000억달러 돌파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11시 12분 기준으로 연간 누계 수출이 6000억달러(671조34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이다. 2011년 5000억달러를 처음 달성한 이후 7년 만이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가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다.

한국 수출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인 3.4%를 기록했다. 수출 순위는 7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1948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6.1% 급성장했다. 지난 69년간 3만194배 성장했다. 수출 1000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7년까지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7.2%로 중국(13.6%)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1000억 달러에서 6000억 달러까지 걸린 기간은 23년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빨랐다.
비메모리 반도체에 ‘사활’ 수소경제도 ‘기대’

문재인 정부는 비메모리·미래차·바이오에 수출 강국의 미래를 맡겼다. ‘3대 혁신 산업’으로 정해 전폭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선두에서 성장을 이끌고, 정부도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이 최근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것 역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초격차’를 견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적지 않다.

전체 반도체 시장 중 65%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앞으로도 그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넘어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정보를 해석·계산·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기술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목표로 13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일본이다. 이들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3대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이 전부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국내의 관련 업체들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과제로 안게 됐다.

녹록자 않은 여건 속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한 '6세대(1xx단) 256Gb(기가비트) 3비트 V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 양산에 나섰다. 역대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와 양산성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512Gb 3비트 V낸드 기반 SSD와 eUFS 등 다양한 용량과 규격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0년부터는 평택 V낸드 전용 라인에서 성능을 더욱 높인 6세대 V낸드 기반 SSD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비메모리에서도 초격차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른바 ‘수소경제’로 대표되는 미래차도 중요한 신성장 동력이다. 정부는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 전기차가 대세인 미래차 시장의 판도를 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 리더십 확보’를 기치로 내세웠다. 작년 말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하고, 오는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로써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17.3%(3조6000억원) 늘어난 24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R&D 예산이 두 자릿수 이상 대폭 증가한 건 10년만이다. DNA와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부문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4000억 원 늘어난 1조7000원으로 편성됐다. 이밖에 혁신적 기초연구 및 인재양성에는 올해보다 4000억원이 늘어난 2조3000억원,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9000억원 늘어난 1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편, 근래에는 K-POP(케이팝)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문화도 주요 수출 분야로서 각광받고 있다. 가수 싸이와 BTS 등이 세계 음악 산업을 선도한 사례와 함께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문화 수출 강국으로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매년 이뤄지는 ‘대국민 콘텐츠 산업 정책 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콘텐츠는 문화를 넘어 한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 됐다”며 “앞으로는 콘텐츠 산업이 우리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한국’의 지위를 이어갈 희망적 요소는 많다. 다만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불안한 요소가 중첩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원이 없는데 내수 규모까지 작은 나라. 그 안에서 불거지는 갖은 갈등은 과도한 규제를 낳았고, 이는 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 의지를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분야는 혁신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의 수출 강국 지위는 규제 완화를 통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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