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34) 왕세자 겸 부총리와 회동했다. 두 사람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6월 말 방한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만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사 SPA는 이 부회장이 지난 17일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SPA에 따르면 사우디 관료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두 사람은 기술·산업·건설·에너지·스마트시티 분야를 놓고 삼성과 사우디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고령인 부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4)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 국방부 장관과 부총리직을 맡고 있다. 3년 전인 2016년에는 국가 전체의 산업 구조를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바꾸는 ‘비전 2030’을 발표해 대규모 건설, IT 인프라 사업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이 부회장은 정의선(49)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59)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64) 롯데지주 회장과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약 15분간 티타임을 가진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오전에는 삼성물산이 공사 중인 ‘리야드 메트로’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39도 더운 날씨에 공사장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중동이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은 중동 비즈니스를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실력자로 불리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세대) 이동통신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월 11일 이 부회장이 UAE 아부다비를 직접 방문한 데 이어 보름 뒤에는 모하메드 왕세제가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재계에서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이 부회장이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것을 두고 향후 삼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G 통신 장비를 비롯한 사업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빈 살만 왕세자와 이 부회장, 두 사람 간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