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기차 분야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필두로 리튬이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금속제품)과 전기차의 고압 및 고온 환경에 강한 전력용반도체 웨이퍼, 전기차 충전소 보급까지 전방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10일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에 진출해 5~10년내 빠르게 성장할 시장을 조기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SK실트론과 듀폰은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용 웨이퍼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SK실트론은 듀폰이 미국 현지에 보유한 연구·개발(R&D), 생산역량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SK실트론이 인수한 미국 듀폰 사의 웨이퍼 사업부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C 웨이퍼)를 중점 생산한다. SiC 웨이퍼는 실리카(SiO2)와 카본(C)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하는 인공 화합물 실리콘 카바이드를 소재로 한 웨이퍼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보다 강도가 세고 높은 전압과 온도에 견딜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SiC 웨이퍼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듀폰을 비롯한 소수 업체만 양산이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차,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2025년 52억달러(약 6조원)로 4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빠른 시장과 기술 진입을 위한 것으로 향후 미국 현지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기술 자립화 노력에 부응하는 통큰 결단으로 평가된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