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미국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으로 주가 상승

지난주(9/13~9/19)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31.1포인트, 코스닥도 15.4포인트 올랐다. 주가가 연일 상승했는데 코스피의 경우 9월 4일부터 열흘간 상승했다. 주가 상승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미국도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유럽 역시 연중 최고치를 넘었다. 8월말부터 따져 코스피가 7.9% 올라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1배에 근접하는 상황이 됐다. 한달 전에 1900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주가가 끌어 올린 가장 큰 동력은 미국의 금리 인하다. 9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인하가 이어질 거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사우디 유전에 대한 공격이 있기 전만해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90%를 넘었던 걸 감안하면 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게 당연하다.

코스피가 9.62포인트 오른 2080.35로 장을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193.6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연합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9월 1일 추가 관세부과가 단행되긴 했지만 시장은 그보다 화해 분위기에 더 무게를 뒀다. 10월 고위급 협상이 열리고 미국과 중국이 상호 양보를 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그 어느 때보다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중국이 16가지 미국산 품목을 관세 부과에서 제외했고 미국산 대두도 구매했다. 시장 내부적으로는 경기 민감 업종이 상승한 영향이 있었다. 화학, 조선 등이 대표적인데 오랜 경기 둔화로 주가가 낮아졌다는 점과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업황이 좋아질 거란 기대가 역할을 했다. 여기에 연기금의 매수가 더해지면서 상승이 빨라졌다. 주가가 올랐기 때문도 있지만 지난 한 주는 온갖 호재가 만발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이 327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인상 깊었던 건 19일이었는데 삼성전자 770만주 가까이 사들여 주가 상승에 동력을 제공했다. 반도체 경기가 4분기에 바닥을 치고 내년 상반기 중에 상승세로 돌아설 거란 기대가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도 3029억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연일 큰 규모로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부담은 남아

연준이 2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했다.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가 됐다. 회의 직후 발표된 성명서에서 고용시장과 가계지출은 양호한 상태이지만, 기업고정투자와 수출이 약화된 점을 금리인하 이유로 꼽았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 금리 인하에 문제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금리는 보통 경제에 문제가 있을 때 내린다. 경제에 문제가 없으면 굳이 비용을 치러가면서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를 계속 인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무역분쟁 격화이다.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최근 이 부분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이 재개되면서 크든 작든 합의가 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경기 둔화다. 경기 부분만 보면 지금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금리 인하가 소폭에 그칠 거란 얘기가 있었다.

이런 전망과 달리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7월 금리 인하와 이번 금리 인하는 의미가 다르다. 7월만 해도 경기 둔화에 대한 보험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은 본격적인 금융완화에 참가했다고 봐야 한다. 연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앞으로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쁘게 나와도 행정부가 금리를 인하하자고 나올 것이고 연준은 이를 행동을 통해 흡수해 줘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자주하기보다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7월 FOMC회의가 끝난 후 파월 연준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시적인 변화에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금리 인하 기대를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던 건데 이번 금리 인하로 이 작업이 무색해졌다.

현재 미국 경제는 당장 꺾여도 문제될 게 없는 상태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경제가 좋지 않아서 미국경제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이다. 아직 경기 둔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 2016년 이후 수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영향이 크지 않았다. 마지막 인상이 있었던 2018년에만 하락했을 뿐 이전에는 주가가 계속 상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상관없이 주가가 빠른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 인상이든 인하이든 재료가 현실화될 때 일시적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정도의 반응만 나타나고 있다. 금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추세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됐어도 2015년 이전과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번의 강한 정책으로 금리가 이미 낮은 상태여서 추가 인하를 해 봐야 약발이 듣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해도 효과가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이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경우 금리 인하에도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연속 금리 인하를 통해 미국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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