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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정공법’…미래차 생태계 선점 나서

미래차 ‘개척자’로 나선 현대차…세계적 자율주행 SW 업체 ‘앱티브’와 맞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 ‘톱 플레이어(Top Player)’ 위상을 노린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차 기술연구 등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정공법’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대차는 자율주행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추격 아닌 ‘개척’…정의선 “중대한 여정”

현대차가 세계 3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중 한 곳인 앱티브와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 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기로 했다. 차량 설계 및 제조, 반자율주행(ADAS)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현대차와 자율주행 S/W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갖춘 앱티브는 ‘이동의 자유’를 기치로 손을 잡았다.

업계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협업은 흔한 편이지만, 이번처럼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경우은 이례적이다. 단순 협동의 수준을 넘어 공동개발 방식을 택한 현대차의 ‘정공법’은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장에서 ‘추격자’가 아닌 ‘개척자’로서의 위상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신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또 자율주행 연구거점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력이 국내에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장 현대차와 앱티브는 자율주행 전문기업 설립을 통해 전 세계에서 운행이 가능한 레벨4~5 수준(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의 자율주행S/W 개발부터 나선다. 이는 최고 성능과 함께 운전자의 개입 없이 안전하게 운행 가능한 수준이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교통체증에 따른 낭비시간과 안전사고 등의 사회적 비용을 90% 가까이 낮출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공급만으론 시장지배 어렵다” 사상최대 2.4조 투자

현대차와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약 4조7720억)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고, 이사회 동수 구성 및 공동경영 체계도 약속했다. 현대차의 투자 규모는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해 총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런 대규모 투자 외에도 현재 보유 중인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을 전폭 제공한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할 방침이다. 앱티브의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현대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데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장 장악을 위한 근본적 요소를 고려해 이 같이 나선 듯하다. 자율주행SW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 확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방형 스마트폰OS를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가공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현대차가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중요한 퍼즐을 맞춘 작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향후 현대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갖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합작법인의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둘 예정이다. 최종 설립은 인허가 작업과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 중인 현재의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국내에도 추가로 연구거점이 신규 설립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는 세계 각국에서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테스트 베드 및 자율주행 플랫폼 등을 더하게 됐다. 현재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투자를 단행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에도 전략투자에 나섰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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