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3p(0.05%) 오른 2074.52, 원/달러 환율은 1198.8원에 보합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

호재성 재료가 경기 둔화 우려 압도

종합주가지수가 13일 연속 상승했다. 기술적 지표로 해석하면 투자심리도가 100%를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상승에 힘입어 코스피가 한때 2100 위로 올라왔다.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미중 무역협상과 주요국의 금융완화이다. 조그만 합의라도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독일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1.4까지 떨어졌다. 시장 예상치 44.0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10년래 최저다. 유럽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확대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지만 경제의 방향을 돌려놓지 못했다. 이제 쓸 수 있는 카드가 재정정책만으로 줄어들었다. 독일은 균형재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나라다. 매년 재정적자비율을 GDP의 0.35%로 정하고 있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 비율이 조정될 것이다. 2004~2007년에도 재정 적자를 GDP의 3%까지 늘린 경험이 있다. 외국인이 651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주 말 일시적으로 매수를 했지만 여전히 매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판 걸 보면 아직 우리시장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과 달리 국내 기관은 749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바이오 주가 움직임이 과거와 달라져

바이오에서 호재와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호재는 셀트리온이 담당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램시마SC에 대해 판매승인권고 의견을 받았다. 판매승인권고를 받을 경우 2개월 후에는 판매허가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 악재는 헬릭스미스의 몫이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유전자치료제인 엔젠시스의 첫 번째 임상 3상이 약물 혼용이라는 이유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특이한 건 헬릭스미스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른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바이오 주가가 업종 전체로 움직이기보다 개별 기업별로 반응하는 단계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동안 바이오 주가를 끌고 온 동력은 계속 바뀌어 왔다. 줄기세포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바이오가 집단 상승을 한 게 2004년이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주가가 하락 마감했지만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성장성이 각광을 받던 때여서 멀지 않은 시기에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기술 수출이다. 한미약품이 주역이었는데 기술수출 한 건으로 몇 조의 돈을 벌어들인다고 공시한 만큼 투자자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끝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한 게 바이오시밀러이다. 동식물의 세포를 이용해 약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미 개발 완료된 약이 있는 만큼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지금은 이마저 시들해진 상태다. 바이오는 특정 테마로 주가가 크게 오른 후 3년 정도 휴식기에 들어가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지금은 바이오시밀러에 의한 주가 상승이 마무리되고 휴식에 들어간 상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당분간 주가가 오르기 힘들 걸로 전망된다.

지금 바이오는 실력에 대한 증명이 필요한 상태

이런 순환적 패턴 외에 바이오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경영학 용어에 캐즘(Chasm)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떤 단계가 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과 같이 심각한 정체 상태에 빠지는 걸 말한다. 많은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 보면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수집된다. 1900년대초 미국에 철도가 깔리던 시절 100개가 넘던 철도회사가 극심한 불황을 통해 정리돼 지금이 된 것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되던 2000년 우리나라 포털업계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2000년 최고 주가일 때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해 말에 1800억대로 쪼그라든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네이버와 다음 외에 라이코스, 야후 등 다수가 난립해 있었다. 다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주가는 전체 포털 시장을 지배할거란 가정하에 올라갔다가 경쟁에 져 완전히 사라지는 걸 가정해 하락한 후 자리를 잡았다. 바이오가 지금 그 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번 바이오 주가 하락은 주가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생존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나뉘는 상황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외부에서 필요한 돈을 구해왔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으로 바이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경우 자금을 구하지 못해 신약개발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이익이 크게 늘어난다는 생각도 증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30개 가까운 신약이 나왔지만 신약에 의해 발생한 이익은 크지 않았다. 모든 신약이 아스피린 같지 않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사의 실적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지난 3년간 바이오가 온 과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앞으로 나올 신약들이 기존의 신약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논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직은 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