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일 큰 폭으로 하락해 2,030대로 뒷걸음질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0.51포인트(1.95%) 내린 2,031.91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주(9/27~ 10/3)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42.6포인트, 코스닥도 3.9포인트 떨어졌다. 분기점은 10월 1일이었다. 당일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 출발했지만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발표되자 곧바로 급락했다. 금리도 비슷했다. 미국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 전환해 장중 고점 대비 0.1%p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2일 우리시장은 40포인트가 떨어졌다. 2100 이후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지 의심받던 상황에서 선진국 주가가 하락하자 시장이 급랭해 버린 것이다. 하락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2일 미국 시장이 다시 1.5% 넘게 떨어져 당분간 시장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초에 반도체 주식이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7조를 넘을 거란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다. 주 후반에는 이익이 바닥에 도달해도 곧바로 이익이 증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다시 하락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 개별 종목이 오르는 정도였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관련주가 상승했고 주 중반에는 바이오 주식도 돌아섰다. 헬리스믹스가 임상 3상 결과를 얻는데 실패했지만 주가 하락이 해당 종목에 그쳤다. 과거처럼 바이오 업종전체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은 건데 해당 업종의 주가가 낮아져 재료가 미치는 범위가 업종 전체에서 개별 종목으로 줄어든 때문이다. 외국인이 2803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중 나흘 내내 매도로 일관했는데 8월 이후 매도가 계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우리시장을 보는 눈이 바뀐 게 아닌가 의심된다. 기관투자자도 1801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았다. 2일 하루 동안 3800억원의 순매도를 한 영향이 컸다. 선진국 경기 둔화와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

금리보다 힘이 세진 경기

경제 변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세졌다. 9월 미국 ISM제조업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자 주가가 급락했다. 그럴 만도 한 게 해당 수치가 47.8로 시장 예상치 50.1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인데 작년 8월 60.8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해당 지표만 보면 경기 둔화가 시작된 게 아닌가 의심할 만하다. 세부지표도 좋지 않았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47.3을 기록해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신규수출주문 역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이제 관심은 미국 제조업 경기 둔화가 비제조업으로 넘어오느냐이다. 과거 예를 보면 ISM 제조업과 비제조업지수 간에는 9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 조만간 비제조업의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제조업 둔화가 시작되고 이미 반년이 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리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거나 최소한 경기가 크게 둔화되지 않을 때다. 그렇지 않고 경기 둔화가 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경기의 힘이 금리를 압도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2000년 이후 금리 인하가 그런 경우였다. 2001년과 2007년에 연준이 첫 번째 금리 인하를 1.0%p와 0.5%p나 내릴 정도로 강하게 밀어 붙였지만 주가를 돌리는데 실패했다. IT버블 붕괴와 금융위기로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국에서는 엇갈린 경제지표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아직 경제 지표가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연말이 되면 대략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예상으로는 둔화 쪽 지표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 바닥신호 나오고 있지만

다행히 국내에서는 괜찮은 지표들이 나오고 있다. 체감지표의 개선이 특히 두드러져 9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6.9로 6 월 이후 3 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BSI 전망 역시 8월 71보다 개선된 73을 기록했다. 한동안 계속됐던 급격한 심리 위축이 진정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도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전월보다 각각 3.9%, 1.9% 늘었다. 생산은 이보다 작은 0.5% 증가에 그쳤지만 오랜만에 세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통계청에서 2017년 9월이 지난 경기의 정점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3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54개월간 이어진 11번째 경제 순환이 완성됐다. 기간만 보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길지만 정점의 높이는 반대로 가장 낮다.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기 성장-낮은 성장률’이란 패턴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난 것이다. 2017년 9월이 정점이니까 지금 우리 경제는 2년째 위축국면에 들어가 있는 셈이 된다. 이런 형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을 하게 한다. 나쁘게 보면 경기 둔화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좋게 보면 저점이 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미 수축기간이 과거 평균을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바닥을 지났어도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바닥에 깔리는 이른바 L자형 경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미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기 힘든데다 경기 진폭이 줄어들어 회복을 체감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만큼 주가의 반응도 더디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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