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준 라임자산운용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유동성 문제로 사모펀드 수익금 지급을 중단한 국내 사모 헤지펀드 1위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연기 규모가 최대 1조336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때까지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는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또, 경영진 일부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를 의뢰해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는 “투자금을 원래 계획대로 돌려드리지 못한 점, 판매사와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를 저하한 점 등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라임은 이날 펀드 환매 차질액이 최대 1조3000억원대에 달할 수도 있다고 추정치를 밝혔다. 1차 연기된 사모채권 및 주식연계채권(메자닌) 펀드 6030억원과 무역금융 펀드 2436억원, 향후 연기 가능성이 있는 펀드 4897억원 등을 합친 규모다.

특히 1차 환매 연기된 펀드는 메자닌 투자 기법을 주로 활용했는데, 주식 시장 악화로 현금화가 만만치 않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만들어진 개방된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로, 증권시장에서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뜻한다.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CB와 BW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해당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을 사둔 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만기 때까지 채권을 보유해 이자를 받을 수 있고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만기 전에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메자닌은 만기가 3년인데다 조기상환 가능 시점도 1년~1년 6개월 정도로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돈이 오랫동안 묶일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런 메자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메자닌에 직접 투자하는 모(母)펀드를 만든 뒤 이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를 만드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상품도 자펀드다. 모펀드는 메자닌에 직접 투자해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모펀드의 수익률을 나누는 방식인 자펀드를 이용하면 중도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을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팔 수 있었다.

1차 중단된 사모채권·메자닌 펀드는 내년 말까지 투자금의 70%를, 2차 중단된 무역금융 펀드는 최대 4년8개월 뒤에야 상환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개선되지 않으면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라임이 CB를 산 코스닥 상장사 ‘리드’는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라임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무리하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2012년 설립된 라임운용은 올해 7월 운용자산 6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로 성장했다. 운용인력은 56명으로 올해에만 20명이 늘어났지만 이번 사태로 현재 금융권 최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부터 라임운용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