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코스피 지수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사흘 연속 상승해 전 거래일보다 0.77포인트(0.04%) 오른 2068.17로 장을 마쳤다. 연합

지난주(10/11~17) 주식시장은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가 49.8포인트, 코스닥도 14.6포인트 올랐다. 5거래일중 마지막 날을 제외한 나흘 모두 상승해 오른 폭이나 기간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11일에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나왔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주는 대신 미국이 15일 올릴 예정이었던 관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획기적인 내용이 아니지만 시장은 1년 8개월만에 나온 합의라는 점을 중시해 주가가 올랐다.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침해, 보조금 지급, 외환시장 개입 등 핵심 6개 안건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농산물 수입확대나 지적재산권보호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관세 장벽 철폐나 무역합의 약속 이행여부를 체크하는 집행 감시수단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주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차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정치 일정에 쫓기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중국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건데 그만큼 둘이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타협을 위해서는 양국이 양보해야 하는데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간 이상 갈등이 더 커질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합의가 더 큰 타결의 밑거름일지 아니면 상황을 미궁에 빠뜨리는 계기일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16일에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그동안 브렉시트는 비관 일색이었다. 전임 메이 총리는 내놓은 많은 방안이 의회에서 부결돼서, 새로운 총리는 노딜 가능성을 자주 거론해서 문제였다. 일단 의회가 개입해 내년 1월까지 협상을 계속하도록 만들었지만 타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국과 EU 사이에 브렉시트를 위한 타협이 이루어질 경우 이는 미중 무역협상과 함께 시장의 잠재적 악재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가 있던 때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투표결과가 시장의 예상과 다르긴 해도 앞으로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브렉시트 방안이 만들어질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씨름을 하는 사이 막연한 기대가 사라졌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럽 경제를 1년 넘게 끌어내릴 정도로 악영향이 커졌다. 영국과 EU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전까지 잠재적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외국인이 188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주까지 매주 3000억 이상 매도를 했던 것과 비해 매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 무역협상 결과가 예측됐던 11일에 1000억이상의 매수를 기록해 주가가 오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기관투자자는 5054억원의 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예상외로 오랜 시간 큰 폭의 순매수를 지속했다.

국내외 모두 이익 전망이 좋지만 편향성이 없는지 살펴봐야

지난 9월까지 21개월간 우리 상장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하락을 계속해 왔다. 2000년 이후 최장기다. 그 영향으로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10월 들면서 이익 전망치의 반등이 시작됐다. 자동차, 조선, 금융 업종의 이익이 늘어나고 다른 업종의 이익 감소가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문제는 증가 폭인데 늘어나는 규모가 작다 보니 이익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더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데 그치고 있다. 현재 우리 시장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은 10.7배 정도다. 지난 5년내 최고치 11.2배에 바짝 다가선 건데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계속 오르기 힘들다. 이익 전망 개선은 더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꽉 막힌 주가 평가 수준을 조금 개선시켜줬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주가는 이익 전망치가 계속 높아질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 증가율이 -3.8%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 이익 발표 때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패턴, 즉 이익 발표 전까지는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지만 막상 이익이 발표될 때에는 전망보다 나은 수치가 나오는 패턴을 감안할 때 반전이 있을 걸로 기대된다. 지난 2분기에도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과는 2.6% 증가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의 이익이 소폭 줄어들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작년 3분기에 시작된 실적 부진이 빠르면 올해 3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반 동안 미국 시장이 전고점 부근에서 예외없이 주저앉았던 건 이익이 좋지 않아서였는데 기대하는 것처럼 이익이 바닥을 친다면 시장에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기업 실적 전망이 좋긴 하지만 경제 지표의 관계에서는 고민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오랜 시간 미국 기업 이익과 성장률로 대표되는 거시 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 이익만 늘어나기는 힘들다. 미국경제가 지난 10년간 확장을 계속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 둔화가 빠른 시간에 마무리되지도 않을 것이다. 낙관적인 기업이익 성장 전망과 비교되는 모습이어서 상승 전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