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노동 경직성…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어려워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특별좌담회에서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의 최대 장애요소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외국인 투자 기업인에게 듣는다’ 특별좌담회에서는 최근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한 해외 기업들의 투자 애로가 다뤄졌다. 이 좌담회에는 국내 최대 외국 기업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제임스 김 회장과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사무총장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두 대표는 좌담회를 통해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높지만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에 이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도 한국과 투자 경쟁국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소비자, 인적 자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혁신 테스트베드(시험대)로서의 한국시장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하이더 사무총장도 “5세대(5G) 통신, 바이오,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에서의 한국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대표는 한국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와 제도들이 글로벌 기업의 투자나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갈라파고스 규제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하며 한국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해석하게 돼 투자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미국의 6대 교역국임에도 미국의 3000만 개 중소기업 중 불과 2만여곳만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다”며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갈라파고스 규제란 국제적 흐름과 단절된 채 특정 지역에서만 적용하는 규제를 말한다.

실제로 한경연이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6년 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강화 법안이 규제완화 법안보다 2.5배 높았다.

공정위는 해당 기간 시행령 61건, 시행규칙 및 고시ㆍ지침 등 행정규칙 219건 등 총 280건의 하위법령을 개정했다. 이 중 규제강화는 81건, 규제완화는 32건, 규제무관은 139건이었다. 이 밖에 제재강화가 23건, 제재완화 0건, 기타 5건이었다.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 대비 강화하는 법령의 비율은 2015년 1.4배, 2016년 2.3배, 2017년 2.4배, 지난해 5배 등 매년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행령의 경우 규제완화 법안의 변동은 크게 없는데 반해 규제강화 법안은 2015년 1건, 2016년 7건, 2017년 4건, 지난해 6건 등 증가하고 있다. 반면 행정규칙의 경우 규제강화와 규제완화 법령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재의 경우도 강화된 하위법령은 23건인 반면, 완화는 한 건도 없었다. 제재강화 건수는 2014년 3건에서 2015년 1건으로 줄어든 이후 2018년까지 지속해서 증가했다. 규제강화 유형을 보면 의무 부과, 금지 등 실체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이 전체의 43.2%를 차지했다. 이외에 절차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은 55.6%, 기타는 1.2% 등이었다.

또 이들은 대표적인 한국식 투자 규제 요인으로 노동정책도 꼽았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은 혼란 그 이상”이라며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평균임금 외에도 생산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 노동조합과 기업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노조와 기업이 협의할 때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해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도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이 신규 고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며 “기업이 쉽게 인적 자원을 고용하고 개인 역량에 따라 70~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미국의 임의고용 원칙(At-will employment)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도 외국 투자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이더 사무총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직접적 관리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들이 한국에 도입돼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규제 완화의 논의 자체가 틀렸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학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노동착취는 불공정을 통해 기업들 마음대로 하는 환경은 엄연히 다르다”며 “정부의 역할이 금융?재정을 제외하고는 ‘규제’를 하는 것. 이를 통해 제도적 유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인데 예를 들어 환경규제도 세계 기준까지 끌어올려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