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 본격화…장악력은 미지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 이마트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는데, 새로 영입된 인사가 사상 첫 외부 출신이다. 용병을 투입한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유통업체의 생사를 가를 변수가 된 현실 속에서, 실적반등이란 과제까지 주어지자 극약처방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이목이 이마트의 향후 행보와 업계 파장에 쏠렸다.
사상 첫 적자, 사상 첫 외부수혈

지난 21일 신세계그룹은 돌연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원래 신세계그룹의 정기인사는 매년 12월 초순쯤 이뤄져 왔다. 두달 가량 앞선 것이다. 깜짝 발표된 이번 인사는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이마트 부문에 대한 조기 임원인사에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50)가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됐다.

강 신임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에 근무했으며, 퇴직 후 2005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로 이직했다. 신세계가 이마트 대표에 외부 인사를 기용한 것은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외부 인사지만 이마트와의 인연이 많다. 이마트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집중 컨설팅을 받았다. 당시 총괄을 맡은 사람이 강 신임대표다. 그는 노브랜드와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의 차세대 전략사업 컨설팅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내부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년 동안 이마트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이갑수 대표는 물러나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일찍이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그룹은 대외적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자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번 인사를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기대만큼 실적이 나지 않았다.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적자(299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별다른 진전을 못 보인 가운데, 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이 약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결과적으로 5년 전 6000억원에 근접했던 이마트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올해 상반기 44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자연히 주가도 부진하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기준으로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작년 3월 31만2000원에 달했던 이마트 주가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11만7500원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할 듯하나 영업이익이 최대 36.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우호적인 날씨와 전년보다 부족한 휴일 수로 인해 추석 효과를 크게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쓱세권 광고 및 새벽배송 캐파를 늘린 효과가 이제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메기효과’ 기대…장악력 지켜봐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조직 구성도 개편했다.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는 한편,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2담당으로 재편했다.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해 조직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4개의 판매담당도 신설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대표이사와 함께 임원 11명이 한꺼번에 교체됐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전체 임원은 49명이다. 이마트가 혁신은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젊은 피’ 수혈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 신임대표만 하더라도 1969년생으로 물러난 이갑수 전 대표이사보다 12살 어리다.

남은 관심사는 이마트의 이번 인사가 업계에 미칠 파장이다. 현재 침체기를 겪고 있는 곳이 비단 이마트 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대형마트의 경기전망지수는 81로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쳤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3포인트나 하락한 기록이다.

이마트와 함께 ‘BIG3’ 대형마트로 꼽히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실적은 이런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홈플러스의 올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90억8602억원에 그쳤다. 전년에 비해 57.59% 하락한 수치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도 올해 상반기 각각 150억원,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일각에선 젊은 피 내지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뼈대로 한 쇄신안이 연쇄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이례적인 조기인사를 단행했지만, 그 배경은 유통산업이 대체로 겪고 있는 상황에 있다”며 “올 연말쯤 CEO 교체까진 아니더라도 대폭 인사는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이마트의 변화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원투수로 나선 강 신임대표가 메기효과를 내면 괜찮겠지만, 젊은 인사가 기존의 견고한 조직문화 속에 뛰어들어 과연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관건으로 꼽힌다. 강 신임대표 선임 자체를 일종의 실험으로 보는 시각의 배경이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에 한채양 부사장을 선임했다. 아울러 신세계아이앤씨 손정현 상무는 부사장보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능력주의 인사 원칙에 따라 인재를 철저히 검증해 중용했다”며 “이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조직 내 강력한 변화와 혁신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