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쌓아둔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의 공병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빈 소주병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롯데주류가 수거한 하이트진로 제품의 공병을 돌려줘야 할지를 두고서다.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 제품인 ‘진로이즈백’의 공병을 200만여개 보관 중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를 하이트진로 쪽에 돌려줘야 하지만,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가 자율협약을 어겼다”며 해당 제품 공병들을 쌓아두고 있다.

여기서 자율협약은 지난 2009년 환경부와 7개 소주사가 맺은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의미한다. 당시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은 소주병의 디자인과 크기 등을 통일하기로 했다. 재활용을 원활히 하고, 재사용률을 높임은 물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롯데주류는 “진로이즈백은 녹색 병 대신 투명한 병을 사용했다”며 공병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형병(다른 모양의 병)을 사용해 자율협약이 깨졌음은 물론, 이는 산업 인프라마저 흔들리는 우려가 발생해 이 병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이트진로는 반발하고 나섰다. 자율협약은 법적 책임이나 강제성이 없는 데다, 청하와 한라산소주 및 무학 등도 이형병을 사용하지 않냐는 것이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 청주인 ‘청하’의 공병을 한 달에 100만개가량 돌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존심 싸움으로 바라본다. 하이트진로가 ‘테라’와 ‘진로이즈백’ 등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는 데 대한 롯데주류의 견제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주병은 소주 원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중요한 재원이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환경부는 최근 제주소주, 대선주조를 제외한 소주 제조업체 실무진들을 한데 모아 공병 회수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연구용역 기관을 선정해 이형병에 대한 회수 수수료율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병 파손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최대한 빨리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