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21포인트 상승한 2083.48로 장을 마감한 10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금리 인하, 무역협상 1차 타결 등으로 시장 여건은 좋아져

지난주(10/25~31)에는 두 시장 모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코스피가 0.4포인트, 코스닥도 0.7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미중 무역협상 1차 합의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주요국 주식시장을 움직인 재료였다. 재료의 위력이 상당히 강해 한 달간 선진국 지수가 1.7%, 신흥국은 훨씬 더 높은 3.0%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독일 역시 최고치에 바짝 다가설 정도였다. 우리 시장도 전고점인 2100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돌파하지는 못했다. 특히 31일 주식시장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는데 외국인매수에 힘입어 2100을 넘었다가 이들의 매수가 줄면서 장중 빠르게 상승 폭이 줄어드는 등 변화 무쌍한 모습이 나타났다. 주가가 2600을 고점으로 하락을 시작한 이후 한번도 전고점을 넘은 적이 없다. 이번에 전고점을 통과하면 처음 돌파가 이루어지는 셈이 돼 주가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데 아직 힘이 미치지 못했다.

여건만 보면 지금 시장은 나무랄 데가 없이 좋다. 7월 시작된 금융완화 정책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주에 연준이 금리를 다시 내렸다. 올들어 세 번째로 인하 직후 나온 성명서에서 기존에 금리 인하 근거가 됐던 "경제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미국 경제가 건실하기 때문에 더 이상 금리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부각시켜 시장을 안심시키면서 금리 인하를 마무리 지으려 의도한 것이다. 올 초만 해도 연준이 두세 번 금리를 더 올릴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 덕분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다시 내렸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최소한 1.0%까지는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중 무역협상은 실무회담이 계속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풀리지 않는 브렉시트를 해결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국민의 전체 의사를 확인하는 기회이므로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구상하는 방향으로 브렉시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4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있는 브렉시트가 해결될 거란 기대로 유럽 주가가 상승했다.

대형주 상승 마무리... 중소형주로 중심 이동 예상

시장 여건 개선은 주가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상승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지난주 시장이 이를 잘 보여줬다.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전고점 돌파에 실패했다. 시장 내부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거래소 시장에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았다. 시장이 몇몇 종목에 의존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인데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삼성전자 주가가 8월 저점 대비 20% 넘게 올랐다. 삼성전기 역시 상승률이 35%를 넘는다. 실적과 비교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8년에 삼성전자가 50조 넘는 영업 이익을 올렸을 때 최고 주가가 5만 7000원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줄었지만 주가가 이미 5만1000원에 도달해 있다. 최고치와 10%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추가로 오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올해보다 내년 삼성전자 이익에 주목하면서 생긴 결과로 이렇게 이익을 빨리 반영하다 보면 주가와 실적 사이에 괴리가 생겨 추가 상승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월등히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지 주가가 5만 1000원을 고점으로 옆으로 밀리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보인다.

반도체를 빼고 나면 시장을 끌고 갈 만한 대형주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인데 실제로 9월 이후 기업이익이 개선될 걸로 전망되는 업종은 이익이 줄어들 걸로 전망되는 업종보다 숫자가 적다. 2020년 KOSPI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업종을 꼽아 보면 반도체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와 일부 수출 업종을 제외할 경우 실적 회복 징후가 미약한데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반도체 업종 상승이 마무리되면 시장을 끌고 가는 종목이 대형주에서 중소형로 바뀔 걸로 보인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는 상승일 때는 대형주가 중심이 된다. 처음에는 중소형주도 상승에 동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탈락해 마지막에는 종합주가지수와 거꾸로 움직이는 상황까지 간다. 반대로 시장이 꺾여 종합주가지수가 약세가 되면 중소형주가 반등에 나선다. 이번에 중소형 개별주가 오른다면 그 출발점은 종합주가지수 반등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최근 상황에 적용하면 전고점 돌파가 무산됐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때다. 그리고 이 흐름은 상승이 다시 재개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금은 시장의 반등이 마무리돼 특별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데다 종목별로 뚜렷한 주도주가 만들어질 환경도 아니다. 중소형주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중소형주가 상승을 시작하면 당분간 주자를 바꾸면서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본류가 되는 종목의 경우 비교적 오랜 기간 상승을 유지하지만 아류로 붙는 부류는 동참과 탈락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탈락하는 시점에 해당 중소형주는 큰 폭으로 하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장에서 상반된 대상 사이에서 주가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대형주와 중소형주도 그 대상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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