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호텔·면세점 사업을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 주인을 맞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손을 잡은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체질개선이 관측된다.

12일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 입찰에 참여했던 3개 컨소시엄 중 HDC·미래에셋을 경영 정상화,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후보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 날 우선협상자 선정 후 기자간담회에서 ‘모빌리티그룹’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기존 사업인 항만 등과의 시너지 효과로 ‘육해공’사업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항공사업이 HDC의 장기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인수하게 됐다”며 “아시아나 임직원들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이뤄내 주주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이달 상세 실사를 진행한 뒤 연내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HDC그룹의 재계 순위는 2018년 현재 33위에서 18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6개 자회사도 함께 인수한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인수 가격으로 2조4000억~2조5000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 수요 감소, 과당경쟁 등 대내외 변수로 항공산업의 고성장 시대가 마감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계기로 국내 항공시장 새판 짜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운영 중인 면세점·호텔·레저 등 관광산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0여개의 국제선을 운영하는 아시아나뿐 아니라 근거리 해외 소도시에 집중한 에어서울 등 LCC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항공 고객들을 호텔과 면세점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산은 글로벌 호텔그룹 하얏트의 파크하얏트서울과 파크하얏트부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를 인수해 리조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기내면세점 사업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시장에 진출해 HDC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침표를 찍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금호산업과 세부조건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산 컨소시엄은 상세 실사를 진행하며 우발채무 등을 검토해 인수가를 낮출 것으로 예측된다. 구주 가격을 높이려는 금호산업과 현산 컨소시엄 간 이견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