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이익만을 ㅉㅗㅈ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사회적 가치(SV)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한 딥 체인지’를 외치는 최태원 SK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성장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이천포럼·소셜밸류커넥트(SOVAC)·IT테크서밋포럼 등을 통해 논의할 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공유인프라, 사회적가치,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등을 설파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가 곧 ‘경제적 가치’

최 회장은 2016년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 즉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합친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게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측정하는 DBL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2018년 ‘뉴SK’를 선포하며 DBL을 그룹의 경영전략으로 공식화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에서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또 다시 강조했다. 작년 5월에는 ‘베이징 포럼 2018’ 개막식에서 “오늘날 경영환경은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사회 시민으로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같은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SK는 이 같은 경영환경에 맞춰 기업의 목적함수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특히 “기부·봉사활동 같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미 구체적인 방안들이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SPC(Social Progress Credit) 프로젝트의 경우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 그에 상응하는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사회적 기업들의 성과를 구체화 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150억원을 출연해 비영리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했다. 연구원은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25개 공공기관과 함께 사회적 가치 지표를 공동 연구 중이다.

SK계열사들은 한 해 동안 창출해 낸 사회적가치를 공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위해 임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자발적으로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동반성장센터를 만들어 파트너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 간 현금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현금결제지원펀드'를 만든 데 이어 2, 3차 협력사를 위한 6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또 111건의 특허를 협력사에 무상으로 이전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해주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사회적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하는 등 총 800억원 규모의 관련 펀드를 운영 중이다

SK그룹은 계열사 임직원의 KPI(핵심성과지표)에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50% 반영하기로 했다. 그룹은 2017년 계열사 정관에서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넣었다.

돈 버는 사회적 가치 경영모델

`딥체인지’를 화두로 삼은 만큼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SK에너지는 스타트업과 협업해 주유소를 택배 플랫폼으로 변신시켰다. SK텔레콤 등 ICT 계열사는 보유한 앱 인터페이스(API)를 모아놓은 포털을 만들고 이를 외부에 개방했다. SK가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신에너지, 반도체, 2차전지(배터리)·바이오·모빌리티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최고 경영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올해초 에너지솔루션TF를 만들어 SK의 주력인 에너지사업과 통신사업을 결합한 비즈니스모델을 찾고 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교육·기후변화·도시문제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임팩트투자’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SK그룹은 산업은행, 쏘카 등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500억원) 임팩트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앞서 SK그룹은 KEB하나은행과 11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만든 바 있다.

최 회장은 딥체인지를 위해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3000억원대 지분 맞교환 결정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SK가 자발적으로 사회적인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며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가치 창출이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지속가능성을 갖춘 자본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