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일 4거래일째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72포인트(1.35%) 내린 2096.60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

2150을 넘은 이후 주가 급락

지난주(10/15~10/21)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주초 22포인트 상승해 2162로 출발했지만 이후 나흘 연속 하락하면서 2100선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마지막 이틀간 60포인트 가까이 하락해 9월 이후 이어진 상승이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놓고 여러 분석이 있었다. 먼저 미국 상원에서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킨 부분이 꼽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심해질 걸 우려해 시장이 반응했다는 해석이었다. 두 번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중단이다.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 기업 부채 등 금융 위험이 높은 상태여서 10월에 금리를 낮췄지만 당분간 정책 변경 없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상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닫아버린 건데 추가 확장 정책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마지막은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다. 주가가 저항선을 돌파하면 상승이 빨라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2100을 넘은 직후 이틀을 제외하고 지지부진했다. 주가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매수할 때만 오르고 매도를 늘리는 날에는 하락을 반복한 것도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형태였다. 그만큼 현재 기업 실적으로는 높은 주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세 개 요인 중 실력보다 높은 주가가 가장 큰 영향이 된 걸로 판단된다. 579개 상장사가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3%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8.8%와 45.4% 줄었다. 이 같은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2150를 넘었다. 3분기를 바닥으로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해 내년에는 상당 규모의 이익 증가가 있을 거라 믿은 결과다. 이 기대가 먹힐 수 있었던 건 반도체 경기가 조금만 좋아져도 시장 분위기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수출 물량이 작년보다 5%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가 하락 때문에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8월 이후 계약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실적 회복이 가시화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다. 종합주가지수가 2150까지 올라오면서 실적 회복 기대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 그 결과 지난주에 주가가 2150에서 꺾이자 마자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외국인이 일주일 사이에 1조 222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큰 액수다. 주중 내내 매도로 일관했는데 우리 시장이 빨리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15일에 기관투자자가 7859억원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외국인 매도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콩 인권법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

홍콩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미국 상원에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높아졌다. 주가 등락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사후 해석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인권법이 미국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당분간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홍콩 사태는 중국 경제에 세 방향으로 영향이 미친다. 먼저 중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크진 않을 것이다. 1989년에 천안문 사태 때만 해도 중국 경제 규모가 작았고, 대외 개방 경험도 없어 외부 자극에 견디는 힘이 약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상황을 알 수 없어 많은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구조가 이렇게 취약했기 때문에 천안문사태의 후유증이 오랜 시간 계속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2위이고 대외 개방도도 높아 충분히 견딜 만하다.

두 번째는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불리해져 미국의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 지금이 그런 상태인데 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최근에는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까지 대통령에게 홍콩 사태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까지는 미국 행정부가 전략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무역분쟁 과정이 벌어진 이후 많은 나라들이 심정적으로 중국을 응원해 왔다. 약자이기 때문도 있지만 중국과 무역분쟁이 끝날 경우 본인들이 미국의 다음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했다. 이들이 중국에 정치적으로 등을 돌릴 경우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홍콩 금융시장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다. 홍콩은 금리로 외화유입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금리가 오르고 반대로 유입되면 금리가 떨어지는 형태여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정치적 혼란으로 홍콩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금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 때에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홍콩의 단기금리가 3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이런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홍콩문제가 심각한 형태로 발전하기보다 진정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적 문제는 경제적 문제보다 주가에 영향을 작게 주지만 시장이 취약하면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7월 이후 홍콩 주가가 10% 넘게 떨어진 것도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였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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