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조8200억원 투입해 소형 SUV·전기차 등 전략 모델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26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한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앞줄 왼쪽)에게서 현대차 친환경차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에 1조8천2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이 96%에 달한다. 현대차는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아이르랑가 하르탄토 경제조정부 장관, 바흐릴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원희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투자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로 양국간의 신뢰 관계 구축과 교류 확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아세안 지역 발전에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브카시시의 ‘델타마스 공단’ 안 77만6천㎡ 터에 들어선다. 현대차는 12월부터 착공해 2021년 말 15만대 규모로 공장을 완공한 뒤 향후 생산 능력을 연산 25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산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개발할 소형 스포츠실용차(B-SUV)와 소형 다목적차량(B-MPV)을 비롯해 전기차도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15억5000만달러(약 1조82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해 인도네시아를 공략하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세안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완성차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며,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또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약 115만대 판매, 연 5% 수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 2억7천여만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평균 연령 29세의 젊은 인구 구조 등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는 평가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시장 역시 지난 2017년 약 316만대 수준에서 2026년 약 44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인도,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에 국외 공장을 두고 있다. 신설될 인도네시아 공장은 현대차의 국외 8번째 공장이 된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내 모빌리티 분야 투자도 늘리는 중이다. 현대차는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인 ‘그랩’에 투자해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지역의 그랩에 코나 일렉트릭 200대를 공급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랩과의 전기차 파트너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